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이 발부된 로널드 델라 로사 필리핀 상원의원이 지난 13일(수요일) 필리핀 상원 본회의장에 있다. AP연합뉴스
필리핀 법무부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마약과의 전쟁’에 가담한 로널드 델라 로사 상원의원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집행을 명령했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프레데릭 비다 필리핀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사 의원은 정의를 피해 도주 중인 인물”이라며 “그는 ICC에 인도돼 혐의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숨진 사람은 수천명이며 미성년자와 유아들도 포함된다”며 “그들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로사 의원의 도피를 도울 경우 형사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로사 의원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경찰청장을 지내며 마약 단속 작전을 집행한 인물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 과정에서 숨진 용의자가 6200여명이라고 집계하고 있지만, 인권 단체는 최대 3만명이 숨졌다고 보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이 시기 최소 76건의 살인 범죄에 관여한 혐의로 ICC 재판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ICC는 지난해 11월 로사 의원을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로 적시한 체포영장을 비공개로 발부했다. 최근 공개된 영장에 따르면 로사 의원은 2016년 7월부터 2018년 4월 말까지 최소 32명이 숨진 반인도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체포를 피해 잠적해 있던 로사 의원은 지난 11일 상원 의장 선출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약 6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필리핀 연방수사국 요원들을 피해 본회의장으로 숨었다. 친두테르테 성향 의원들의 보호를 받던 그는 이틀 뒤인 지난 13일 도주했다. 당시 의사당에서 30여 발의 총성이 울린 뒤 대피 소동이 벌어지자, 그는 로빈후드 파디야 의원이 운전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다 장관은 이날 당국이 그의 행방과 관련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