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관저 이전 과정에서 예산을 불법 전용한 혐의를 받는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윤재순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행정안전부 예산을 전용한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됐다. 윤창영 2차 종합특검팀이 피의자를 구속한 첫 사례다. 이 혈세는 김건희씨 영향력에 힘입어 관저 공사를 따낸 21그램으로 흘러 들어갔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부부의 사익 추구를 조직적으로 도운 범죄소굴은 아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체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했다. 관저 이전 비용은 약 25억원, 그중 관저 내부 인테리어 예산은 14억4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21그램이 약 41억2000만원짜리 견적서를 냈고, 대통령실은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고 당초 예산의 세 배가 넘는 견적서대로 공사를 진행하게 했다. 이렇게 늘어난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김 전 실장과 윤 전 비서관이 행안부를 압박해 예비비 28억원을 전용했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행안부를 압수수색해 ‘예비비를 더 만들기 어렵다’ ‘대통령비서실에서 지시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도 확보했다고 한다.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은 윤석열 부부가 벌인 국정농단 의혹의 대표적 사례나 앞서 김건희 특검팀은 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윤창영 특검팀이 김 전 실장 등을 구속한 건 의미가 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대통령실 2인자였고, 윤 전 비서관은 윤석열의 최측근으로 꼽혔다. 21그램 전 직원 유모씨는 지난달 13일 법정에서 “김 여사로부터 수주받게 된 공사이니 잘 끝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관저에 다다미방·편백 욕조를 추가한 것도 김씨 요구였다고 했다. 그런 식이었으니 공사 비용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윤석열 부부가 예산 전용을 지시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이외에도 현대건설의 관저 내 골프 연습시설 신축비용 대납 등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때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을 감사한 감사원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무자격 업체 21그램이 인테리어 공사를 맡게 된 경위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일부러 눈을 감은 것이고, 의혹을 규명하는 감사가 아니라 의혹을 덮는 감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검팀은 윤석열 부부의 예산 전용 지시 여부부터 감사원의 ‘봐주기 감사’까지 모든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