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선언한다. ‘선거권’이란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의 대표적인 것으로 각종 공무원을 선출하는 권리를 말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혈액과 같은 필수 역할을 한다.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3 지방선거에서 단독 출마나 정수 미달 등의 이유로 전국 후보자 513명이 무투표 당선됐다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시흥시장이 투표 없이 결정됐다. 51만 수도권 시장 선거에서 유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대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무투표 당선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을 중지해야 하며, 선전물 및 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헌법상 주어진 선거권은 박탈당했으며, 주민들은 당선자와 만날 수도 없어 알권리를 침해받는다. 향후 자질 문제와 책임성도 문제 될 수 있다.
무투표 당선자의 법률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 67조는 “대통령 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은 무투표 당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찬반 투표를 해서라도 33.3% 이상 지지를 얻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을 인정한다. 2016년 10월27일, 헌법재판소 위헌 확인 결정이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권을 지방의회의원 선거권, 나아가 국회의원 선거권 및 대통령 선거권과 구별하여 하나는 법률상의 권리로, 나머지는 헌법상의 권리로 이원화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결정해 기본권으로 인정했다.
무투표 당선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선거에 소요되는 여러 절차를 간소화하여 행정적 편의를 도모하고 선거비용을 절감하는 등 선거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 무투표 당선이 기본권 침해는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결정이다.
조용호 당시 헌법재판관은 소수 의견으로 “무투표 당선을 통하여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가지는 대표성은 대단히 취약하게 되어 지방자치 제도의 본질과 정당성까지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선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향후 헌법재판소 결정이 바뀔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소선구제를 운영하는 국가들은 무투표 당선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미국 선거 전문 데이터베이스 발로피디아(Ballotpedia) 분석에 따르면 2022년 11월8일 미국 46개주에서 총 6278석의 주의회 선거가 실시되었는데, 이 중 2559석(40.8%)이 무투표 당선이었다. 일본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주목할 곳도 있다. 스코틀랜드는 2007년 지방선거부터 단기이양식 투표(STV·Single Transferable Vote)라는 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선거제도는 유권자가 후보자 이름 옆에 1순위, 2순위, 3순위 등으로 선호도를 표시한다. 1순위 표가 일정 할당량을 넘으면 당선되고 당선자의 남은 표는 해당 유권자가 2순위로 선택한 후보에게 이양된다. 이 방식을 채택한 후 1인 선거구제에서 자주 발생하던 ‘무투표 당선’이 사라지고, 선거구당 평균 후보자 수가 늘어나 경쟁이 활발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소수정당 후보자들도 당선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뒤, 무투표 당선자를 없애기 위해 정치권은 제도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늘어나고 지방자치의 정당성도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 달콤한 무투표 당선은 정치의 기반을 썩게 만드는 당뇨병적 기능을 할 것이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