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스타’ 레이 첸, 내달 4일 롯데콘서트홀서 리사이틀
쇼트폼으로 관객과 클래식 연결
음악은 함께할 때 더 의미 있어
바흐·모차르트·그리그·사라사테
내한 공연, 다양한 코스 요리 준비
스마트폰 하나면 바흐도 시벨리우스도 몇초 만에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유튜브에는 전설적인 연주 영상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장에 오는 이유는 뭘까.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사진)의 답은 단순하고 분명했다. “공연장은 관객이 음악의 일부가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경기장에 간 관람객이 직접 공을 치거나 라켓을 휘두르지 않지만 선수의 움직임에 숨을 죽이고 승점에 환호한다. 라이브 콘서트도 그래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최근 경향신문과 한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관객의 호흡이 얕아지고 거의 숨이 멈추는 것처럼 되는 바로 그 순간”이라면서 “청중에게 현장에 있어야 할 이유를 주지 못한다면 저는 제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첸은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지금은 SNS 팔로어가 200만명을 넘는 21세기형 클래식 스타다. 그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쇼트폼 영상은 클래식 문외한까지 화면 앞에 멈춰 세워 클래식 음악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어준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클래식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다. 쇼트폼 영상도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많은 사람은 스스로 공연장 문을 열지 않아요. 하지만 화면을 넘기다 익숙한 K팝 멜로디나 영화음악이 바이올린 선율로 흘러나오면 잠시 멈출 수 있죠. 그때가 문이 열리는 순간이에요.”
그는 ‘연결’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관객, 작곡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됨을 느끼는 그때가 바로 순수한 기쁨의 시간이다. 팬데믹 시기 연습 플랫폼 ‘토닉’을 만든 것도 연결을 위해서였다. 토닉은 음악가들이 온라인에서 라이브 연습실을 열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함께 연습하거나 들을 수 있게 한 플랫폼으로, 음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음악은 함께할 때 더 의미가 있다고 믿거든요.”
함께하는 음악의 기억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난감 기타를 턱 밑에 괴고 젓가락을 활처럼 움직이며 놀던 아들을 본 부모는 네 살 생일 선물로 진짜 바이올린을 사줬다. 여덟 살에 호주 퀸즐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데뷔했고 이듬해(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막 축하 공연 무대에도 섰다. “이 작은 나무 상자(바이올린)가 세상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강렬한 경험이 됐죠.”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기쁨이자 특권이지만 늘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1년에 250일 넘게 집을 떠나 비행기와 기차, 호텔을 오가는 생활에서 그가 반드시 챙기는 물건은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볼이다. 목베개와 귀마개도 필수품인데 귀마개를 끼면 몸이 저절로 잘 시간이라고 알아차릴 정도다.
그는 다음달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바흐와 모차르트, 그리그, 사라사테까지 여러 시대와 색깔을 아우른다. “한 가지 맛이 아닌, 바이올린이 낼 수 있는 여러 표정을 차례로 보여주는 코스 요리를 선보일 거예요. 관객들이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집에 돌아가 스스로 더 찾아 듣고, 다음 공연에도 찾아오게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