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세 번째 ‘백악관 총격’…용의자 사살·행인 1명 부상
현장 수습 미국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과 경찰들이 23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펜실베이니아가와 17번가 교차 지점 부근에서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5~30발 총성 울리며 아수라장
트럼프는 경내에…기자들 대피
21세 용의자, 과거 접근금지 명령
미국 내 ‘정치 폭력’ 위험 수위
미국 백악관 인근에서 총기를 발사한 괴한이 경호 요원들에게 사살됐다.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것은 최근 한 달간 세 차례에 이른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워싱턴 17번가와 펜실베이니아가 교차로에 있는 백악관 검문소에 접근해 경찰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행인 한 명도 총상을 입었다고 비밀경호국 대변인이 밝혔다.
용의자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사망했다. CNN은 3명의 소식통 말을 인용해 용의자가 21세의 나시르 베스트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베스트는 지난해 6월에도 백악관 진입로를 막는 등 비밀경호국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해 정신감정을 위해 워싱턴정신의학연구소로 이송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또다시 진입로로 들어가려다 체포돼 법원에서 백악관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교차로는 백악관 행정동 바로 옆이다. 백악관 본관과의 거리는 200여m밖에 되지 않는다. 사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경내에 있었다고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실장은 밝혔다. 백악관은 여러 발의 총성이 들리자마자 즉시 봉쇄됐다. 백악관 잔디밭에 있던 기자들은 건물 안으로 대피했다.
미국 매체 뉴스네이션 기자는 “25~30발의 연속적 총성을 들었다”면서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총격 발생! 엎드려!’라고 외치며 기자들을 브리핑실로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ABC방송 백악관 출입기자인 셀리나 왕이 엑스에 올린 영상에도 뉴스를 읽던 도중 갑자기 들린 총소리에 황급히 몸을 숙이는 모습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용의자를 “폭력적인 이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언급하며 “오늘 저녁 백악관 인근에서 총기를 든 남성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한 비밀경호국과 법 집행 기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미 치안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 주변은 미국 정치의 상징 공간이자 시위가 자주 열리는 장소지만, 최근 무장 총격 사건이 이어지며 정치적 폭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백악관과 인접한 워싱턴 기념탑 부근에서 총기를 소지한 용의자가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요원들이 즉각 응사하며 도심 한복판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총격 과정에서 용의자가 쏜 총에 10대 한 명이 다쳤고, 용의자도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달 25일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이 열린 워싱턴 힐튼호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암살 시도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 콜 토머스 앨런은 산탄총과 권총, 칼 등으로 무장한 채 보안검색 구역으로 돌진했고, 총격을 가하며 검색대를 통과했다. 즉시 제압되긴 했지만, 행사 보안 수준이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적 폭력이 일상화되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백악관 인근 총격 사건들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공격이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에는 두 남성이 뉴욕 최초의 무슬림 시장인 조란 맘다니의 자택 앞 반이슬람 시위 현장에 사제 폭탄을 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폭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게이브 에번스 하원의원(공화·콜로라도)은 24일 엑스에 “정치 폭력과 극단주의 행위는 우리 나라에 설 자리가 전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직자, 무고한 미국인들을 계속 표적으로 삼는 일은 역겹다”고 썼다. 슈리 타네다르 하원의원(민주·미시간)도 “정치 폭력은 100% 용납될 수 없다”며 “우리는 투표함에서 의견 차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