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최저임금위 복귀…내일 2차 전원회의
‘건당 보수’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
서울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탄 배달 노동자가 이동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건당 보수를 받는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을까.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처음으로 도급제 노동자 적용 문제가 본격 논의된다. 배달 호출을 기다리며 앱에 접속해 있는 ‘무급 대기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재개한다. 민주노총이 지난달 첫 회의에서 ‘주 69시간제’ 설계에 참여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위원장 선출에 반발해 퇴장했다가 복귀를 결정하면서다. 올해 심의에서는 노동계 요구에 따라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처음 논의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일반적인 시간급 노동자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 건수나 운행 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아 제도 밖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노동계는 평균 작업량을 기준으로 건당 최소 보수를 정하는 ‘도급제 최저임금’이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최소 보수를 보장하는 ‘최저보수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차 기사에게 적용됐던 ‘안전운임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샛별 성신여대 학술연구교수는 최근 ‘노동법논총’에 게재한 논문 ‘도급제 보수를 받는 자의 대기시간을 보상하는 방안’에서 현행 제도가 플랫폼 노동자의 ‘무급 대기시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규정하지만, 플랫폼 노동에는 이런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일한 시간이 아니라 배달 건수나 실적 중심으로 보수를 받는다. 이 때문에 배달을 기다리거나 이동하는 시간, 앱을 켜놓고 호출을 대기하는 시간은 보상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플랫폼 노동과 특수고용 노동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최저임금 사각지대’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대기시간을 별도로 보상하는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플랫폼 배달노동자가 앱을 켜놓고 배달 호출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 시간당 약 21달러 수준의 최저보수를 보장한다. 시애틀은 주문 대기, 배차 확인, 고객 응대, 이동, 휴게시간 등을 모두 업무 관련 시간으로 인정해 최저보수에 약 17%를 추가 지급한다. 캘리포니아주도 대기·준비·행정업무 같은 ‘비생산적 시간’을 노동의 일부로 보고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했다. 호주 역시 올해 7월부터 플랫폼 노동자 최저보수 보장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이 배달 건수와 이동 거리, 대기시간 등 노동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현재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과 노동 데이터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노동시간과 적정 보수 수준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매년 반복돼 온 인상률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이다. 노동계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이 2025년 1.7%, 2026년 2.9%에 그쳤다며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경기 침체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동결 또는 최소 인상을 주장한다. 노사의 최초 요구안은 6월 초 제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