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 강 & 김선욱 듀오 리사이틀.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이달 30일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다. ‘듀오 리사이틀’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 공연에서 두 연주자는 베토벤, 레스피기, 바인베르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준다. 이들은 2021년에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를 함께한 바 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는 모두 10곡이다. 이 중 5번(봄)과 9번(크로이처)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이번 무대에서 들려주는 곡은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이다.
2년 전 내한 리사이틀을 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포함해 5번과 9번을 국내 팬들에게 들려줬다. 당시 공연은 ‘제임스 에네스 바이올린 리사이틀’로 소개됐다. 같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는데, 어떤 무대에서는 ‘듀오 리사이틀’이 되고 어떤 무대에서는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된다. 그 이유는 뭘까.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하면 바이올린이 독주를 하고 피아노가 반주를 맡는 음악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함께 만드는 실내악으로 보는 편이 적합하다. 물론 모든 작품에서 두 악기의 비중이 똑같이 나뉘는 것은 아니다. 곡에 따라 바이올린이 전면에 나서기도 하고 피아노가 화성과 구조를 주도하기도 한다.
베토벤 이후 주요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라기보다 대등하게 대화하고 충돌하고 주고받는 동반자에 가깝다. 베토벤하우스 디지털 아카이브(Beethoven-Haus Bonn)를 보면 흔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불리는 작품들의 목록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표기되어 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들의 초판 악보에도 ‘피아노포르테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라고 적혀 있다. 오늘날의 통칭은 ‘바이올린 소나타’이지만 악보가 전제하는 무대는 한 명의 독주, 한 명의 반주가 아닌 두 연주자가 함께 만드는 무대인 셈이다.
그렇다고 공연명이 늘 악보의 구조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공연은 예술인 동시에 시장에서 관객들에게 팔리는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우선으로 고려하고 내세워지는 것은 관객을 움직이는 ‘이름’이다. 스타급 바이올리니스트가 무대의 간판이 된다면 공연명은 흔히 ‘바이올린 리사이틀’로 정리된다. 이는 피아노의 역할을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공연의 브랜드를 앞세우는 전략인 셈이다.
최근 몇 년간 베토벤과 브람스 소나타로 호흡을 맞춰온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해플리거의 사례는 이 문제를 더 흥미롭게 보여준다. 힐러리 한은 국내에서도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다. 해플리거는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국제 무대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해 왔으며 임윤찬이 우승했던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두 사람은 2023년과 2024년 예술의 전당 무대에서 ‘듀오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로 연주했다.
공연을 소개하는 방식에 따라 ‘듀오’라는 말은 강조되기도,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바이올린 소나타라는 통칭 속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이는 두 악기의 관계를 좀 더 정확하게 부르는 이름이 ‘듀오’이기도 하다. 앞으로 ‘바이올린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을 보러 갈 때 포스터나 타이틀 옆에 작게 적힌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들여다보는 것도 공연을 다채롭게 감상하는 재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