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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데이’ 위기 빠진 정용진,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입력 2026.05.25 15:24

수정 2026.05.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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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꼬리 자른’ 정용진

스타벅스 사태는 ‘회장님’ 탓 커

혹여 쿠팡 흉내는 꿈꾸지 말기를

극우세력 선 못 그으면 무저갱 온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이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규탄하며 신세계그룹 계열사 상품 불매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이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규탄하며 신세계그룹 계열사 상품 불매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2013년 7월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이마트 부당노동행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 등 임직원 10여명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직원들을 문제사원·관심사원·여론주도사원·가족사원 등으로 분류해 감시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보고받은 흔적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사흘 뒤인 7월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세계그룹의 ‘빵집 부당 지원’ 사건과 관련해 허인철 이마트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신세계·이마트 등이 베이커리 계열사 신세계SVN에 62억원을 지원한 혐의였다. 신세계SVN은 정 부회장 동생 정유경 부사장이 지분 40%를 보유했다가 ‘재벌 빵집’ 논란이 일자 지분을 매각했던 회사다. 정 부회장은 이번에도 고발을 면했다.

2022년 6월 스타벅스에서 ‘발암물질 사은품’ 사태가 터졌다. 여름 이벤트 사은품인 서머 캐리백에서 악취가 난다는 불만이 시작이었다. 스타벅스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해명만 거듭했다. 분노한 소비자가 직접 시험해 1급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나왔다고 폭로했다. 스타벅스 측은 그제서야 공인 시험기관에 시험을 의뢰했다. 폼알데하이드 검출은 사실로 드러났다. 석 달 후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운영사인 SCK컴퍼니의 송호섭 대표를 경질하고 ‘새 대표’(이름은 다음 문단에 나온다)를 임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하 호칭 생략)은 늘 안전했다. 직원 불법사찰도, 계열사 부당지원도, 발암물질 사은품 사태도 ‘꼬리 자르기’로 피해갔다. 이 모든 위기를 딛고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에 대한 대응도 유사했다. 서머 캐리백 사태 당시 소방수로 기용된 ‘새 대표’(손정현)가 총대를 멨다. 손 대표는 논란이 빚어진 5월18일 당일 해임됐다. 궁금해진다. 신세계그룹 전문경영인의 핵심 직무는 무엇인가. CEO인가, 총알받이인가.

정용진은 이번에도 안전할까? 불법사찰·부당지원 사건은 노동부와 공정위 등에서 대놓고 편을 들어줬다. 발암물질 사건은 ‘스타벅스 카드 3만원권 제공’으로 이럭저럭 해결됐다.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탱크데이’로 5·18민주화운동을 모독하고 ‘책상에 탁!’으로 고 박종철 열사의 고귀한 희생을 모욕했다. 정용진을 포함한 5100만 한국 시민이 누리는 민주주의는 5·18과 6·10에 빚지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의 투쟁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도화선이 된 6·10 항쟁으로 이어지며 한국 민주주의의 푯대가 됐다. 오월 광주 정신은 44년 후 12·3 내란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도 구출해냈다. 한강 작가가 말했듯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

정용진은 이번에도 운이 좋을까? 본인이 이벤트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총수의 취향은 개인의 취향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의 문화가 된다. 회장님이 SNS에서 ‘멸공’을 외치고, 한국판 마가(MAGA) 운동으로 불리는 ‘빌드업코리아’ 행사에 커피와 도시락을 후원하는 모습은 유의미한 신호가 됐을 터다. 회장님 마음에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 삼성·현대차·SK·LG였다면 탱크데이 이벤트가 가능했겠나.

12·3 내란 이후 한국 사회는 극우의 부상에 직면했다. 차별·혐오·증오를 선동하고, 인간 존엄을 조롱하는 저질 극우가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뛰쳐나오고 있다. 탱크데이 사태에 대한 대응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공동체의 핵심 가치를 모독하는 세력은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법적 제재도 가능하겠지만, 합리적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는 더 힘이 세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교환권’ 카테고리 순위에서 선두를 달리던 스타벅스 교환권이 9위까지 밀려났다(25일 오후 1시 현재). 저가 커피 브랜드 ‘메가MGC커피’에도 밀렸다. 배달플랫폼노조는 스타벅스 배달 콜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우리가 매일 배달하는 커피 한잔에 역사 모독이 묻어있다면, 그 배달을 거부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이자 시민으로서 도리”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상식적 역사 인식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되지 않을 경우, 극우의 공적 발언권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세력을 분명히 제재하지 않으면 정치·사회적 무저갱(無底坑)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정용진이 26일 시민 앞에 선다. 사과문을 직접 발표한다.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내용이 없기 바란다. 역사 인식에 대한 자성이 담기길 바란다. 스타벅스 로고에 전두환 얼굴을 합성해가며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일삼는 극우 놀이에도 선을 그어야 한다. 행여 쿠팡 흉내를 낼 생각은 마시라. 배우자의 플루트 연주회에 참석했던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게 SOS 쳐볼까 생각했다면 접으시라.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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