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교동 백합나무
강원 춘천시 교동, 시청 별관 앞마당 한가운데에 서 있는 백합나무가 지난 3월 강원특별자치도에 의해 보호수로 지정됐다. 높이 20m, 가슴 높이 줄기 둘레 2.5m쯤 되는 나무는 대략 110년간 이 자리를 지켜왔다.
북아메리카 동부 숲에서 자라던 백합나무를 들여와 심어 키운 게 1920년대 초인 것을 바탕으로 하면,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들어온 백합나무 가운데 한 그루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백합나무는 목백합이라고도 불렸고, 꽃송이와 나뭇잎 모양이 튤립 꽃을 닮아서 ‘튤립나무’로도 불렸다.
최근에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이 나무의 추천명을 백합나무로 정했다. 규모로 보아도 우리나라의 백합나무 가운데 가장 크지만, 그보다는 외국의 나무를 우리나라에 들여와 키운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연자원이다.
춘천 교동의 백합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오래전부터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의 수런거림을 품은 ‘학교의 나무’였다. 1910년 춘천농업학교가 이 자리에 문을 열었고, 1923년 개교기념일에 경남의 진주농업고등학교에서 축하의 뜻으로 보낸 게 지금의 이 나무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귀한 나무로 개교를 축하한 것이다.
그 뒤로 나무를 스쳐간 사람살이의 변화는 적지 않았다.
춘천농업학교는 1930년 춘천 약사동으로 이전했고, 1934년 이 자리에 ‘춘천공립고등여학교’(지금의 춘천여고)가 터를 잡으며 이 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하고 학교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리고 2012년 춘천여고가 춘천 동면 지역으로 이전하고, 춘천시청 별관이 들어섰다. 왁자했던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쓸쓸히 나무만 홀로 남았다.
돌아보면 이 백합나무는 한 지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문화적 자원이라고 할 만하다. 춘천농고와 춘천여고는 다른 자리로 옮겨갔지만, 나무는 홀로 그 자리에 남아 우리 근대 교육사의 자취를 그대로 품고 살아남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람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사람살이의 향기를 지키는 건 오래된 나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