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밴드 세이수미 최수미
부산 기반의 서프록 밴드 세이수미의 프런트퍼슨 최수미가 지난 19일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2012년 결성, 장르 혼합적 록 선봬
영 레이블과 계약 해외시장 첫 발
‘팝스타’ 엘턴 존 소개로 활동 넓혀
해외 러브콜·잦은 서울 공연에도
부산 기반으로 활동하는 ‘토박이’
인디 현실 녹록지 않아 고민이지만
“여기서도 할 수 있다 보여주고파”
한국 인디 음악을 말할 때 흔히 ‘홍대신’이란 말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홍대 바깥에서도 밴드는 자라왔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4인조 밴드 세이수미(say sue me)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 결성된 세이수미는 ‘미국 인디록’ 혹은 ‘서프록’으로 구분되는 서정적이고 장르 혼합적인 록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다. 2017년 영국 레이블과 계약을 맺으며 해외 시장에 발을 디딘 이들은 이듬해 팝스타 엘턴 존이 자신의 라디오에서 이들을 소개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피치포크’ 등 주요 음악 매체의 주목을 받으며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영국 글래스고 등 해외 페스티벌과 미국·유럽 투어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세이수미의 프런트퍼슨 최수미(38)를 지난 19일 부산 광안리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부산 토박이’다. 수많은 해외 러브콜과 잦은 서울 공연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매주 광안리 인근 작업실에서 합주를 하고 있다. 그 고집 덕에 세이수미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밴드라는 상징성이 덧대졌다. 후배들은 세이수미를 보고 ‘부산에 더 머물러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는다고 자주 말한다. “부산은 제 집이에요. 제가 태어난 곳이고 가족들이 있는 곳. 굳이 서울로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물론 여기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조금은 있었죠.”
서울 위주로 꾸려진 한국 공연계에서 부산 생활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부산에서 운영 중인 라이브 클럽은 매우 적고, 각종 페스티벌과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서울 등지로 나서야 한다. 최수미는 “밴드 멤버 4명이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로 가서 공연을 해야 하는데, 데뷔 초에는 페이가 너무 적어서 오히려 돈을 써야 했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부산의 록신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밴드기린, 해서웨이, 휴고, 더 바스타즈, 조태준과 부산 그루브 등 부산을 기반으로 한 밴드가 점점 늘고 있다. “저는 지역 밴드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밝다고 느끼고요. 해서웨이도 그렇고, 가끔 ‘세이수미가 부산에서 밴드 활동을 계속하는 걸 보고 자신들도 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해주실 때가 있어요.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말이죠.”
밴드 세이수미 멤버들. 앞쪽부터 최수미, 김병규, 김재영, 임성완. 세이수미 인스타그램
그는 영국의 밴드 라디오헤드로 록 음악을 처음 접했다. 20대 남성이 가득했던 기타 학원에서 유일한 10대 여성이었던 그는, 성인이 되어 자연스레 부산의 라이브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로 잘나가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초반에는 외국인 손님을 주로 받는 펍에서 ‘공짜 술’을 받고 공연했다. 멤버들 모두 직장을 다니며 주말마다 취미처럼 합주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는 2017년 해외 투어를 계기로 전업 음악인이 됐다.
세이수미의 노랫말을 짓는 건 늘 그의 몫이다. 데뷔 초반에는 당시 그가 한창 빠져 있던 술이 주제일 때가 많았고, 지난해 4월 발매된 EP <타임 이즈 낫 유어스>에는 당시의 고민들이 가사로 담겼다. 가사 대부분은 영어로 지어진다. 최수미는 “어릴 적 영미권 음악을 많이 들었던 탓인 것 같다”며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게 보편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름의 음악적 성공을 거뒀지만, 그는 활동할수록 밴드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러 해외 투어와 호평에도 불구하고, 인디 밴드의 현실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전업 10년이면 정말 음악을 잘해야 할 것 같은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솔직하게 하루에 한 번은 (밴드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그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무대가 즐겁고 자신에게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저도 다른 밴드들을 보며 힘을 얻어요. 밴드 미역수염의 베이시스트 정주이 언니는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거든요. 부산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오래 봐왔는데, 가족이 생기고도 여전히 밴드를 하는 언니를 보면 ‘이 나이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져요.”
그가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밴드는 2024년 데뷔한 여성 4인조 밴드 ‘피치 트럭 하이재커스’다. 그는 “최근 활동을 시작한 밴드 중 가장 눈길이 간다”며 “오늘도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굿즈 티셔츠를 입고 왔다”면서 자랑스레 티셔츠를 가리켰다.
그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앨범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앞으로의 목표로 꼽았다. 올해는 아시안 팝 페스티벌 등 여러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음악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아직 세이수미의 음악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올드 타운’과 ‘베케이션’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