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앞 구조물에 올라 복직을 요구하며 336일째 농성을 벌였던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이 1월14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고공농성장에서 내려 오고 있다. 한수빈 기자
“고공 농성할 때는 전화통화라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편찮으신 부모님께 자주 연락을 드릴 수 없어 그게 가장 힘듭니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고진수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26일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데, 하루빨리 뵙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지부장은 지난달 15일 서울시교육청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교사 지혜복씨를 돕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함께 경찰에 연행됐다. 고 지부장은 “그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 선생님이 난간에 서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선생님의 안전이 걱정돼 위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직원들에 의해 제지당해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다가 체포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일 붙잡힌 12명 중 3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고 지부장에게만 영장이 발부됐다. 변호인단은 지난 7일 구속취소 청구를 했지만 법원은 지난 22일 이를 기각했다.
법원이 밝힌 구속 사유는 ‘도망할 염려’였다. 고 지부장은 호텔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왕복 6차선 도로 한가운데 놓인 10m 높이 철제 구조물에서 1년 가까이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는 “호텔에서 4년, 고공에서 1년을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싸웠다”며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도주의 우려’라는 표현은 너무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고 지부장에게는 올 2월에도 세종호텔 투쟁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당시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불과 두달 만에 같은 사람을 두고 법원에서 정반대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를 ‘표적 구속’으로 규정하고 그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고 지부장은 “세종호텔 투쟁으로 조사받고 있던 것들을 묶어서 구색을 맞춰 억지로 구속한 게 아닌가 싶다”며 “이게 정말 구속 사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압도적 공권력 앞에서 집회·시위 참여자의 방어에 대해 일일이 죄를 묻고 있다”며 “노동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들이 노동권 쟁취 투쟁을 주거침입 등으로 폄하하는 것이 분노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비슷한 투쟁을 했지만, 대부분 무죄 또는 선고유예가 나왔다”며 “이번에만 유달리 구속을 하는 것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고공농성에 들어갈 때만 해도 윤석열 탄핵과 새 정부에 대한 기대 등 희망이 있었다”며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도 변화가 별로 없어 힘들었고, 지금 구속까지 되니 많이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에 기대가 컸다. 이 대통령이 평소에 말하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수십년간 재단을 사유화하며 각종 비리를 저질러온 세종대 재단에 대해 제대로 된 감사를 통해 각종 비리와 노조탄압 문제를 밝혀달라”고 말했다.
세종호텔 문제는 “노사를 넘은 사회 정의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시켰으나, 현재 최대 수익을 기록한 만큼 호텔 측은 지금이라도 해고자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사법부를 향해 그는 “노동권을 좀 생각해달라”며 “노동권에 기반해 판단했다면 기존 판결과 같은 결론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 지부장은 앞으로도 세종호텔 복직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세종대 재단은 60년간 반복된 비리를 저질렀고,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해고했다”며 “앞으로도 해고자들,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연대해서 복직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