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우리는 왜 ‘코스피 10000’을 열망하는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간은 십진법 속에서 살아가기에 1만이라는 숫자에 강한 상징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 숫자가 한국 경제 전체의 체질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극소수 초대형 기업의 팽창을 의미하는지는 사실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시장은 숫자로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심리로 움직인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우리는 왜 ‘코스피 10000’을 열망하는가

입력 2026.05.26 20:23

수정 2026.05.26 20:25

펼치기/접기
  •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숫자는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어쩌면 숫자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십진법은 단순한 숫자 체계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심리와 시장의 흐름까지 만드는 문명의 언어다.

인류가 십진법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인간에게 손가락이 열 개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인류는 사냥감이나 곡물의 수를 셀 때 손가락을 이용했다. 양손을 펼치면 열이 된다. 그래서 10은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기준이 됐다. 물론 다른 진법도 존재했다. 메소포타미아는 60진법을 사용했고, 오늘날에도 1시간 60분, 원의 360도 속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세계 표준은 결국 십진법이 됐다. 가장 완벽한 체계였다기보다는, 인간에게 가장 직관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쿼티(QWERTY) 자판을 사용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QWERTY는 가장 효율적인 배열이 아니라 초기 타자기의 기계적 한계 속에서 만들어진 구조였다. 그러나 한 번 표준이 되자 학교와 기업, 사무 시스템이 그 위에 구축됐다. 이후 더 효율적인 배열이 등장했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소위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다. 이런 경로 의존성으로 인간은 십진법을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십진법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인간은 특정한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1은 시작과 승자의 숫자다. 3은 인간이 가장 안정적으로 인식하는 숫자다. 과거·현재·미래처럼 인간은 세 개의 구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5는 한 손의 숫자이고, 10은 완결의 숫자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라운드 넘버’(Round number)에 열광한다. 다우 10000, 비트코인 10만달러, 코스피 5000 같은 숫자는 단순한 지수가 아니라 시대의 상징이 된다.

최근 한국 증시는 그 심리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4월 코스피 지수가 저점(2293)인 날 삼성전자 주가는 5만3000원이었다. 이후 코스피는 3000, 5000, 7000을 차례로 돌파했고, 삼성전자도 6만500원에서 26만6000원까지 급등했다. 흥미로운 점은 상승 속도다. 2000대에서 3000 돌파까지는 75일이 걸렸지만, 6000에서 7000 돌파까지는 불과 21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최근에 더욱 빨라지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코스피와 삼성전자의 관계다. 초기에는 시장 전체가 반등하는 흐름이었지만, 3000 돌파 이후부터는 삼성전자의 상승률이 지수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관심이 ‘한국 경제 전체’가 아니라 ‘결국 삼성전자’로 수렴한 것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를 더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사람들은 흔히 코스피 상승을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현재 코스피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출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은 최근 45% 안팎까지 확대됐고, 상위 10개 종목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즉 코스피는 점점 한국 경제 전체의 평균이 아니라, 초대형 기술주의 방향성을 반영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크게 상승하고 나머지 종목들이 하락해도 지수는 오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는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은데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수는 강한데 투자자의 체감은 약한 이유다. 시장 전체는 약한데 거대한 몇개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상장지수펀드(ETF)의 확산은 이 현상을 더욱 강화한다. 과거 액티브(적극운용) 펀드는 비싸진 종목을 줄이고 소외된 종목을 사들이는 균형 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시가총액 가중 ETF는 다르다. 삼성전자가 오르면 시가총액이 커지고 비중이 확대되며, ETF 자금은 자동으로 삼성전자를 더 많이 매수한다. ‘좋은 기업이라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들어오면 더 큰 기업을 더 많이 사는 자기강화(Self-Reinforcing)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코스피 1만 포인트’라는 숫자를 바라볼 때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인간은 십진법 속에서 살아가기에 1만이라는 숫자에 강한 상징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 숫자가 한국 경제 전체의 체질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극소수 초대형 기업의 팽창을 의미하는지는 사실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시장은 숫자로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심리로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봐야 할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이다.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