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2.5초·4도어 5인승 채택
OLED로 아날로그 계기판 감성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브랜드 역사상 첫 번째 순수 전기차를 출시했다. 포르쉐·람보르기니 등 경쟁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는 상황에서 고가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페라리는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벨라 디 칼라트라바에서 신형 전기 스포츠카 ‘페라리 루체(Luce·사진)’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은 페라리가 1947년 로마 그랑프리에서 첫 승리를 거둔 지 79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페라리 측은 “전통의 내연기관 강자가 전동화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체는 페라리 사상 최초로 넉넉한 공간을 갖춘 ‘4도어 5인승’ 차량으로 탄생했다. 전통적으로 2인승 스포츠카 등에 집중해온 페라리가 전기차 플랫폼(전동화 아키텍처)을 통해 실용성까지 갖춘 고급 장거리용 고성능 차량(GT) 시장으로 외연을 넓힌 것이다.
루체는 각 바퀴에 독립적으로 장착된 4개의 전기 엔진이 합산 최고출력 1050cv(약 1050마력)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2.5초 만에 도달한다. 122㎾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530㎞ 이상(유럽 기준) 주행할 수 있고, 최고속도는 시속 310㎞에 달한다.
실내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4종을 단독 공급받아 설치했다. 운전석 앞 드라이버 비너클(계기판)부터 중앙 제어 패널, 뒷좌석 패널까지 총 4개의 OLED를 배치했다.
재미있는 점은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정점인 OLED를 사용하면서도 기계식 바늘과 다이얼은 유지했다는 점이다. 중앙 계기판은 디지털 화면과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바늘이 결합된 다층 구조를 선보인다. 페라리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잃지 않은 것이다.
디자인은 애플의 전 디자인 책임자 조너선 아이브가 이끄는 ‘러브프롬’과 협업해 단순미를 드러내면서 기존의 페라리 GT와는 완전히 다른 외관을 보였다.
페라리는 전기차에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 부품을 직접 설계했다고 한다. 전기 엔진부터 배터리 팩까지 마라넬로 본사에서 생산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만 60개 이상의 새로운 특허를 출원했다. 전기차의 이질감을 없애려 엔진 브레이크와 가속감을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토크 시프트 인게이지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판매 가격은 유럽 시장 기준 55만유로(약 9억5523만원)부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차량 인도는 올해 4분기부터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