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끝내자 구속수감된 고진수 세종호텔 노조 지부장
노동권, 주거침입으로 폄하 분노
이 정부 기대 컸는데…억지 구속
재단 사유화·노조 탄압 밝혀야
“고공농성을 할 때는 전화통화라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편찮으신 부모님께 자주 연락을 드릴 수 없어서 그게 가장 힘듭니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고진수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사진)은 26일 경향신문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데, 하루빨리 뵙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지부장은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해직교사 지혜복씨를 돕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고 지부장은 “지 선생님이 난간에 서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선생님의 안전이 걱정돼 위로 올라가려 했는데, 직원들에게 제지당해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다가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붙잡힌 12명 중 3명에게 공동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도주 우려’를 들어 고 지부장에게만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고 지부장은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왕복 6차선 도로 한가운데 놓인 10m 높이 철제 구조물에서 1년 가까이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는 “호텔에서 4년, 고공에서 1년을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싸웠다”며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도주 우려라는 표현은 너무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고 지부장에게는 올 2월에도 세종호텔 투쟁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당시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고 지부장은 “세종호텔 투쟁으로 조사받고 있던 것들을 묶어서 (이번에) 구색을 갖춰 억지로 구속한 게 아닌가 싶다”며 “이게 정말 구속 사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압도적 공권력 앞에서 집회·시위 참여자의 방어에 대해 일일이 죄를 묻고 있다”며 “노동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들이 노동권 쟁취 투쟁을 주거침입 등으로 폄하하는 것이 분노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비슷한 투쟁을 했지만, 대부분 무죄 또는 선고유예가 나왔다”며 “이번에만 유달리 구속을 하는 것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이재명 정부에 기대가 컸다”며 “정부는 수십년간 재단을 사유화하며 각종 비리를 저질러온 세종대 재단에 대해 제대로 된 감사를 통해 각종 비리와 노조 탄압 문제를 밝혀달라”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세종호텔 문제를 두고 “노사를 넘은 사회 정의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했으나, 현재 최대 수익을 기록한 만큼 호텔 측은 지금이라도 해고자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부를 향해서는 “노동권에 기반해 판단했다면 기존 판결과 같은 결론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 지부장은 앞으로도 세종호텔 복직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세종대 재단은 60년간 반복된 비리를 저질렀고,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해고했다”며 “앞으로도 해고자들,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연대해서 복직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