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지난 2월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지도부가 내부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제재로 동결된 자산 해제를 위해 협상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이란 지도부가 서방이 동결한 1000억달러(약 150조원) 규모의 자산 일부를 되찾고 세계 석유 시장에 다시 복귀해 경제적 안정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전날 카타르 도하에 협상을 위해 도착한 후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발생했음에도 협상장에서 철수하지 않았다. 미국 중부사령부가 전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남부 해안 지역을 겨냥해 공습하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군의 드론을 격추하는 등 소규모 교전이 발생했음에도 협상이 이어졌다. 이란 당국은 협상을 위해 IRGC 군의 사망 소식을 늦게 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란 협상단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경우 자산 240억달러(약 36조원)를 동결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MOU 발표와 동시에 120억달러를 지급하고 60일 이내에 나머지 금액을 해제할 것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한 갈리바프 의장은 60일 동안 이란의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갈리바프 의장의 측근들이 이란의 해외 자금 동결 해제가 선행되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핵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이라 밝혔다고 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도 협상을 위한 외교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와 통화에서 “전쟁과 역내 긴장을 종식하기 위한 ‘품위 있는 틀’을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87일 만에 해외 인터넷망을 복구한 것도 분쟁을 끝내고 전시 체제를 완화하겠다는 이란 당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WSJ는 짚었다.
정권 내 일부 인사들은 전쟁으로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시위가 다시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쟁이 이어지며 이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100만여명이 실직했다. 이란 당국은 경제 위기를 방어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고 생필품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란 내 강경파들은 미국과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마흐무드 나바비안 이란 의원은 “봉쇄 해제를 대가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것은 이란 국민의 이익에 반한다”며 “모든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드 무사비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적과의 협상은 순전히 손해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