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옛 미 대사관 자리 인근에서 한 여성이 이란과 미국의 협상 장면을 묘사한 벽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을 이어가면서도 종전 협상 논의를 지속했다. 충돌 이후 양국은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작전을 확대하며 사상자 수십명을 수반하는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미군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70㎞ 떨어진 이란 남부 반다르 압바스에 공습을 가했다. 미군은 “자기방어 차원에서, 휴전 상황을 고려해 자제력을 발휘해 수행했다”며 기뢰부설 선박과 미사일 발사대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미국 측 관계자는 이란이 미군 함선 인근에 공격용 드론을 날리고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부설함을 배치하는 움직임을 보여 공습한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이란은 미국이 휴전을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MQ-9 드론을 격추했으며, 영공에 진입한 RQ-4 드론과 F-35 전투기를 저지했다고 밝혔다. IRGC에선 사망자도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이란 외무부는 “악의적이고 믿을 수 없는 행위”라며 “미국이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란은 어떠한 공격 행위에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공습을 계기로 종전 협상을 위한 대화가 중단되지는 않았다. 이란측 협상 대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중재국 카타르에 25일 도착한 뒤 26일 떠났다. 여러 전언에 따르면 갈리바프 의장은 동결 자금 해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논의하기 위해 왔으며 카타르와 이야기를 마치고 이란으로 돌아갔다. 복수의 관계자는 “이란은 협상 진행을 위해 이번 공습으로 IRGC 대원들이 사망했다는 발표를 미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란이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안정을 향한 명확한 경로를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급 논의를 포함해 관련 문서와 조항을 최종 확정 짓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또한 “이제는 상대방(미국)이 의지를 보여줄 차례”라고 했다. 다만 온건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견해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비롯한 다른 강경파와 합의를 이룬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군 공습 직후 “카타르에서 일부 대화가 진행 중이니 진전을 이룰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합의 도출까지) 아마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한편 협상의 또 다른 변수 이스라엘은 26일 저녁 레바논 영토 내부 깊숙이 지상 작전을 확대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내 자체적 통제선으로 정한 ‘황색선(옐로 라인)’ 안쪽에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추가 영토 확보를 위해 대규모 병력이 레바논에 배치됐다. 레바논 내부 안보 구역을 요새화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이날 레바논 남부 약 50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 경보가 발령됐으며, 헤즈볼라 무기고 등을 향해 100차례 넘는 공습이 실시됐다. 레바논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31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