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구중 2곳서 구청장 무투표 당선
선거없는 무투표 14곳, 선거 때마다 늘어
8회 투표율 37.7% 최저 “무관심 우려”
27일 오전 광주 서구 풍금사거리에 6·3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홍보 차량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광주의 선거 명당으로 꼽히던 곳이지만 구청장과 광역의원 선거가 ‘무투표선거구’가 되면서 썰렁하다. 강현석 기자
“선거 때만 되면 (유세차량으로) 원래 엄청 시끄러웠는데 보세요, 지금은 조용하잖아요.”
27일 오전 광주 서구 풍금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48)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구청장과 광역의원 선거가 없다 보니 주변에서 선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없다”며 “선거공보물은 뜯어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풍금사거리는 유동인구가 많아 광주에서 ‘선거 명당’으로 꼽히던 곳이다. 선거 때마다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이 몰렸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에서 ‘역대급 무경쟁’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는 그간 광역과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 선출직 대부분을 민주당 후보들이 싹쓸이해 왔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더욱 심화했다.
민주당 후보와 경쟁할 상대가 아예 없어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무투표’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선거구가 급증했다. 무투표선거구는 후보자가 1인이거나 해당 선거구에서 선거할 의원 정수를 넘지 않은 경우다. 투표하지 않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광주 5개 구 중 2개 구는 구청장 선거가 실시되지 않는다. 서구와 남구는 각각 민주당 소속 김이강 후보(현 서구청장)와 김병내 후보(현 남구청장)만 등록했다. 전국 단체장 무투표선거구는 경기 시흥시를 포함해 3곳인데, 2곳이 광주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무투표로 당선이 확정된 경우가 많다. 광주 서구에서는 광역의원 4개 선거구 중 2개 선거구(서구 제1·제4)가 후보자 1명씩만 등록했다.
동구와 남구, 광산구 광역의원 선거구 3곳과 비례대표를 포함한 기초의원 선거구 7곳도 무투표선거구다. 사실상 당선자가 확정된 선거구만 14곳이나 되는데, 이 중 13곳이 민주당 후보다.
광주의 무투표선거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때만 해도 3곳이었지만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서는 13개 선거구로 급증했다. 투표율은 하락하고 있다. 제7회 때 59.2%(평균 60.2%)였던 광주 투표율은 제8회 선거에서 37.7%(평균 50.9%)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다른 후보들은 ‘민주당 독점 타도’를 출마 이유로 내세운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는 민주당 전략공천에 맞서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등 모두 6명의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배수진 조국혁신당 후보는 “호남 정치를 객토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눈치 보느라 못 하는 말, 자리 뺏길까 봐 머뭇거리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도 “민주당 일당 독점으로 정체된 지방정치 30년이 광주를 가난한 도시로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투표선거구가 많아지면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져 민주주의 후퇴를 유발한다”면서 “정치 양극화로 민주당 쏠림현상이 심화하면서 호남 정치가 점점 단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