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사에 있는 검찰 로고. 한수빈 기자
가상자산 매수를 유도한 뒤 보유한 가상자산을 일시에 매도하는 ‘러그풀’ 수법으로 수억원을 챙긴 투자자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다. 검찰은 금융감독원 등과의 합동 수사를 통해 경찰이 미제로 둔 사건의 진상을 규명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부는 27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가상자산 투자자이자 인플루언서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의 공범인 회사원 B씨와 C씨는 지난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A씨의 도피를 도운 2명도 이날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SNS에서 유행하는 캐릭터 등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밈 코인’ 관련 플랫폼 ‘펌프닷펀’에서 코인을 발행하며 ‘러그풀’ 범행을 벌였다. 러그풀은 가상자산 프로젝트 운영자가 가장사잔을 발행·홍보해 매수 자금을 유입시킨 뒤, 보유 물량을 일시에 팔아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뜻한다.
팔로워를 수천명을 보유한 A씨는 SNS에서 코인 매수를 추천했고, B씨는 SNS 계정에 거짓 호재성 공시를 올리며 코인 매수를 유도했다. C씨는 여러 가상자산 지갑에 코인을 분산하며 러그풀 방식이 아닌 것처럼 위장했다. 검찰은 “가상자산은 누구나 지갑별 보유 비율을 확인할 수 있고, 발행자 보유 비율이 높으면 러그풀 위험성으로 코인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게 평가된다”라며 “이들은 물량 분산과 순환거래를 통해 발행자에게 물량이 집중되지 않은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범행 결과 A씨 일당이 발행한 코인 가격은 26시간 만에 1001배까지 상승했고, 이들은 보유 물량을 모두 매도했다. A씨 일당은 1000만원을 활용해 30시간 만에 4억원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일반 투자자 6000여명 중 256명은 가격 급락으로 총 9억원의 피해를 봤다.
러그풀 범행 구조도.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금지하는 가상자산 매매 관련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사용’ 및 ‘중요 사항에 관한 거짓의 기재·표시’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해당 법령상 사기적 부정거래로 적발된 첫 사례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규제 사각지대였던 탈중앙화거래소를 통해 이뤄진 가상자산 범죄를 사법 처리한 최초 사례”라고 했다.
앞서 경찰 수사에서 규명하지 못한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에서 암장된 사건을 합동 수사를 통해 실체를 규명했다”며 “경찰은 ‘해킹을 당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성명불상자에게 계정을 대여했을 뿐’이라는 거짓 변명에 막혀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미제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예금보험공사, 금융보안원 등과 협력해 수사했다며 “고도화·지능화·조직화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결집된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