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27일 논평
“정작 주주 앞에서 경영 책임을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실질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등기이사로 선임돼 주주의 직접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은 27일 ‘등기이사도 회피한 정용진 회장 무슨 ‘책임’ 진다는 말인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정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했지만, 정작 주주 앞에서 경영 책임을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주주인 이마트의 지분 29%를 보유한 지배주주다. 그러나 이마트의 등기 이사가 아니다. 법적 책임을 진 경영진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업거버넌스 포럼은 “2024년 3월 그룹 회장 승진도 다수 주주의 동의가 아닌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과 본인의 결정으로 이뤄진 사실상의 셀프 승진이었다”면서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정 회장은 권한만 행사하고 주주 앞의 책임은 회피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 발생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즉각 해임한 것도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꼬집었다.
기업거버넌스 포럼은 정 회장이 이마트에서 지난해 전년 대비 58% 증가한 총 58억5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는데도,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주총 승인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마트 재무 상황도 위기 수준이라고 포럼은 꼬집었다. 이마트 시가총액은 약 2조6000억원인 반면 차입금은 12조원으로, 시총의 다섯 배에 달한다. 주가는 코스피가 장기 강세를 이어가는 동안 최근 5년간 42%, 10년간 48% 하락했다. 포럼은 무리한 인수합병(M&A) 확장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봤다. 협상이 서툰 정 회장이 급한 마음에 매물을 비싸게 사들이는 경우가 잦았고 와이너리 등 본업과 무관한 인수도 많았다는 주장이다.
기업거버넌스 포럼은 그러면서 “정 회장에게 두 가지 옵션이 있다”면서 “즉시 이마트 이사회가 등기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임시주총을 여는 것”을 제안했다. 이어 “주총에서 부결 되지 않는다면, 정 회장은 등기이사에 취임해 경영 성과에 대한 주주 평가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옵션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마트 및 관계사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