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이디푸스>에서 주인공 오이디푸스 역을 맡은 최수종. 수컴퍼니 제공.
배우 최수종이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내년이면 데뷔 40년을 맞는 그는 오는 7월 개막하는 연극 <오이디푸스>의 주연을 맡아 2017년 연극 <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씨> 이후 오랜만에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2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는 서재형 연출가를 비롯해 배우 최수종, 양준모, 박정자, 남명렬 등 주요 출연진들이 참석해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최수종은 “연습 일주일째까지만 해도 위약금을 물더라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긴장감을 털어놓았다.
고대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대표작인 <오이디푸스>는 가장 완벽한 구조를 가진 비극으로 손꼽히는 고전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의 잔인한 신탁을 전해 들은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가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다.
거대한 운명 앞에 맞선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무대 위에서 변주되는 연극계 고전이다.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비극을 파고들기에, 배우에게는 탄탄한 연기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 후 수많은 ‘왕’을 연기하며 자타공인 ‘왕 전문 배우’로 불려 온 최수종에게도 이번 도전은 쉽지 않았다.
배우 최수종이 27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컴퍼니 제공
최수종은 “복잡하고 어려웠다. 손동작 하나, 발걸음 하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표현하는 과정이 징그러울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정말 모든 과정이 사랑스럽다. 나의 모든 고정관념이 깨지고 배워가는 시간이 즐겁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데뷔 초기, 연극의 매력에 빠져 2년마다 한 번꼴로 무대에 섰던 그에게 다시 무대에 대한 열망을 지핀 건 대선배들의 존재였다. 최수종은 “몇 년 전부터 신구, 이순재, 박정자, 박근형, 손숙, 남명렬 선배님 등 어르신들이 무대 위에서 펼치는 연기를 보며 많이 반성하고 있었다”며 “기회가 오면 꼭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명배우들이 함께한다. 예언자 테레시아스 역의 박정자는 올해 84세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선보인다. 박정자는 “오이디푸스는 가엽지만 불길 속으로 짚을 짊어지고 들어가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며 “운명과 맞서는 용기를 관객들이 정면으로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7년 전 오이디푸스 무대에 섰던 남명렬은 “그새 흰머리가 됐다. 세월만큼 깊은 연기를 보여주겠다”며,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고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고전을 통해 관객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황정민, 박해수 등 걸출한 배우들이 거쳐 간 작품이다. 이번 연극은 ‘인간’ 오이디푸스에 초점을 맞췄다. 서재형 연출은 “그동안의 오이디푸스가 거대한 신탁에 가려졌다면, 최수종의 오이디푸스는 ‘인간’의 냄새가 진하게 묻어날 것”이라며 “변동성이 많은 시대에 관객에게 힘과 위로를 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수종과 함께 배우 양준모가 오이디푸스 역에 더블 캐스팅돼 서로 다른 매력의 왕을 선보일 예정이다. 7월 4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엠(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배우 최수종이 27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