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국의 국채 금리가 크게 뛰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4.6%를 넘어섰고, 20년과 30년 금리는 5.0%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10년 국채 금리 역시 계속해서 오르며 2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국과 유럽존 주요국의 금리도 과거보다 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전방위적 금리 상승의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물가 상승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지난 4월 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물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밝혔는데, 관세와 이란 사태를 그 원인으로 짚었다. 물론 관세와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물가 상승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지금 연준이 주목하는 것은 최근의 물가 상승뿐 아니라 상당 기간 연준의 물가 목표인 2%의 소비자물가상승률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다.
2021년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준의 물가 목표를 넘어선 이후 5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2%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려 중동전쟁으로 다시금 치솟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게 되면 경제 주체의 심리 속에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인플레이션 고착화가 이뤄질 수 있다. 사람으로 따지면 인플레이션이라는 고질병에 걸리는 것이다. 이 경우 치료도 쉽지 않지만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즉, 고착화된 인플레이션 상황은 연준을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에 연초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만 저울질하던 연준의 분위기 역시 크게 바뀌었다. 지난 4월 FOMC에서는 이례적으로 기준금리 동결에 반대하는 3개의 표가 나오면서 연준 내 의견 분열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서 케빈 워시 신임 의장으로의 수장 교체기가 공교롭게도 인플레이션 고착화 시기와 맞물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쉽게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교착 상태를 이어가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도 물가의 잠재적 부담 요인이다. 고물가 장기화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핵심적인 시장 금리 상승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각국의 재정 적자 역시 금리 상승 요인으로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핵심 정책인 종합 감세법안(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대변되는 적극적 감세 정책을 펼쳤다. 관세 징수를 통해 감세로 인한 적자를 일정 수준 상쇄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연초 대법원의 위헌 판결은 그런 기대를 꺾어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수행하면서 국방비 지출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실제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달러의 추가 국방비 예산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투입되는 막대한 군비뿐 아니라 소진된 무기 재고를 다시 쌓는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 지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재정 적자 우려를 더욱 키우게 된다.
이에 더해 최근 높아진 시장 금리로 인해 미국 행정부가 자금을 조달할 때 지불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급증한 점 역시 재정 적자 확대 기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적자 재정이 이어지면 국채 발행을 통해 추가로 돈을 빌리는 수밖에 없는데, 국채 공급이 늘면 국채의 가격 하락과 함께 국채 금리 상승을 촉발하게 된다.
강한 AI 성장을 위한 설비 투자 경쟁을 이어가는 빅테크도 금리시장에는 악재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잉여 현금으로 국채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설비 투자를 늘려 미래 AI 산업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설비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빌리면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데, 이 역시 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 중앙은행, 재정 지출, 그리고 설비투자 등 이슈들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저금리 기조로 돌아가기보다는 과거보다 높은 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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