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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질문에 이스라엘의 언어로 답한 관료들

입력 2026.05.27 20:16

수정 2026.05.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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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검토를 지시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24년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부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공인된 전범 피의자다. 네타냐후는 2023년 8월10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가자 주민들에 필수적인 식량·물·의약품·연료·전기를 고의로 끊었고 주민에 대한 공격을 지시했으며 살해·박해 등 반인도적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ICC 43개 유럽 회원국 중 영국, 스페인 등 22개국(오마이뉴스 집계)이 네타냐후 체포 방침을 밝혔다. 2003년부터 회원국인 한국도 영장 집행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저지른 학살과 비인도적 범죄들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의해 제노사이드로 규정됐다. 이스라엘이 1948년 이후 팔레스타인을 침략한 과정은 구한말 일제가 한 것과 본질상 같고, 네타냐후는 조직범죄의 총책이다. 그를 체포하지 않음으로 인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불의가 멈추지 않는다.

‘네타냐후 체포영장’ 대통령 발언
소국외교 관성에 대한 충격 요법
한국 독립·민주화 국제사회 지원
‘동티모르 지원’ 같은 외교로 갚길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가자지구 접근을 폭력으로 봉쇄하는 것은 제발이 저리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4일 구호선단 ‘수무드 함대’ 선박 54척이 한국인 김아현·김동현씨 등 39개국 평화운동가를 싣고 튀르키예에서 가자로 향하다 가자지구에서 약 460㎞ 떨어진 공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나포됐고, 428명이 억류됐다. 이스라엘군은 전기충격기와 고무총탄으로 활동가들의 뼈를 부러뜨렸고, 성폭행했다. 두 한국인 활동가도 한쪽 귀가 마비되고 근육이 파열됐다.

그러나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외교부는 미·이란 전쟁으로 ‘현재까지 접수된 우리 국민 피해 무(無)’라고 보고했다. 활동가들의 억류는 국무(國務)를 의논하는 회의의 안건에 없었다. 외교부 보고가 끝나자 이 대통령은 “자원봉사 가겠다는 제3국 선박을 공해상에서 나포해 체포·감금하는 게 타당한가”라고 물었다. 유엔 해양법협약 제101조에 따르면 이는 ‘해적’ 행위다. 보고에서 누락된 ‘활동가 억류’를 대통령이 끄집어내자 외교 관료들은 당혹스러워했다. 대통령은 상식의 언어로 질문했으나, 관료들은 이스라엘의 언어로 답변하다 질책을 받았다.

한국 외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관련된 사안에 유독 소극적이었다. 관료들은 미국의 언어로 말했고,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판단했다. 그런 외교부가 활동가들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그들의 억류를 국무회의 안건에서 누락한 것은 이상할 게 없었다. 이런 비정상 외교가 국제질서의 비정상화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대통령이 굳이 네타냐후 체포영장을 거론한 것은 소국형 외교 관성을 교정하기 위한 충격 요법이었을 것이다. 아마 ‘실용외교나 하지 인권외교까지 하다 낭패보는 것 아닌가’ 걱정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신생국도, 개도국도 아닐뿐더러 탈식민과 민주화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진 빚을 갚을 책무가 있다. 모든 국가들이 ‘실용외교’만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한국이 탈식민을 이룰 수 있었다. 서수민 서강대 교수가 지적한 대로, 김아현·김동현씨가 하려던 것은 본국 지침을 어겨가며 5·18의 진실을 알린 미국 평화봉사단원 데이비드 돌린저, 팀 원버그에게 진 빚을 갚는 일이다.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에 진 빚의 일부를 동티모르 탈식민 지원으로 갚은 바 있다. 동티모르는 식민모국 포르투갈이 1975년 철수한 뒤 인도네시아에 병합됐으나, 끈질긴 투쟁으로 독립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렸고, 1999년 유엔 감시하에 주민투표를 치를 수 있었다. 투표에서 독립을 결의하자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인 수천명을 학살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국제사회가 관망하고 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티모르 독립을 위해 발벗고 나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유엔 평화유지군에 한국은 상록수 부대를 보냈다. 자원부국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초래할 우려를 딛고 내린 파병이었다.

1999년의 한국은 강대국이 아니었음에도 신생국 독립을 공개 지지하며 파병까지 했던 힘있는 행위자였다. 다자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고 보편적 가치로 판단하며, 보은하는 외교를 26년 전 실천한 경험이 있다. 그때도 했던 일을 지금 못할 이유가 없다.

서의동 논설실장

서의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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