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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스페인 바스크 해안의 퇴적층은 언뜻 보면 평범하다.

하지만 수십㎝ 두께의 얇은 지층이 약 6600만년 전 운석 충돌로 인한 공룡 멸종의 비밀을 품고 있다.

로베르트 카시에르 세계자연보전연맹 세계유산 프로그램 담당관은 "자연은 생물다양성과 지질다양성을 포괄한다"면서 "2035년까지 1000개의 KGA를 지정하고, 그중 80%가 효과적으로 보호되도록 하며, 25곳이 세계유산이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이어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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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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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산섬·서해 갯벌·남해 공룡화석지… K-지질유산은 기후위기서 지켜야 할 인류 자산”

입력 2026.05.27 20:38

수정 2026.05.2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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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막 D-50

선언문 펼치는 허민 유산청장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K-지질유산의 현황과 전망’ 국제학술대회에서 ‘KGA 한국선언’ 두루마리를 펼쳐 보이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선언문 펼치는 허민 유산청장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K-지질유산의 현황과 전망’ 국제학술대회에서 ‘KGA 한국선언’ 두루마리를 펼쳐 보이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부산 벡스코서 국제학술대회 열려
핵심지질유산지역 보전 전략 논의
세계유산 중 한국 자연유산은 2곳
“21세기 자연보전 중심 의제 부상”

스페인 바스크 해안의 퇴적층은 언뜻 보면 평범하다. 하지만 수십㎝ 두께의 얇은 지층이 약 6600만년 전 운석 충돌로 인한 공룡 멸종의 비밀을 품고 있다.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곡석과 종유관, 석순, 석주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는 강원 영월의 분덕재동굴은 땅속에서 오랜 시간 진행된 지질 작용을 보여준다. 검은 현무암으로 익숙한 제주 용암동굴에는 화산섬이 빚어진 과정이 새겨져 있다.

암석과 지층·화석·동굴·토양·지형은 지구가 남긴 기록이다. 하지만 자연 보전은 오랫동안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중심으로 짜여 있었고, 지질유산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생물은 번식하고 생태계는 회복될 수 있지만, 공룡 발자국이나 동굴 생성물 같은 지질유산은 한 번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다. 그 안에 담긴 수천만년의 시간도 함께 사라진다.

국가유산청은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핵심지질유산지역(KGA·Key Geoheritage Areas) 보전 프로그램 전략 수립을 위한 국제학술대회 ‘K-지질유산의 현황과 전망’을 열었다. 오는 7월 한국 최초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에서 개막 50일을 앞두고 마련된 지질유산 보전 논의의 장이다. 국가유산청이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KGA 제도화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뒤, 이를 구체화하는 첫 국제행사이기도 하다.

KGA는 경계가 명확한 지역 안에 암석·광물·화석·퇴적물·토양·지형·경관 등 중요한 지질·지형 현상이 있고, 그것이 지구 역사와 생명 진화, 지형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국제적 가치를 지니는 지역을 말한다. KGA 개념은 기존 지질유산 보전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나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포괄하지만, 등재 기준 10개 가운데 지질·지형 유산을 직접 다루는 기준은 하나뿐이다. 세계유산은 2025년 기준 1248건에 이르지만, 지질 관련 세계유산은 90건 정도다. 게다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등재 기준이 엄격하고, 세계지질공원의 경우 운영 요건이 까다로워 중요한 가치를 지닌 지질유산이라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KGA는 이 공백을 메우는 보완적 체계라 할 수 있다. 과학적 가치 중심으로 지질유산을 식별하고, 그 가치를 기록하며, 보호·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을 통해 향후 세계유산이나 세계지질공원 신청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체와 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로베르트 카시에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세계유산 프로그램 담당관은 “자연은 생물다양성과 지질다양성을 포괄한다”면서 “2035년까지 1000개의 KGA를 지정하고, 그중 80%가 효과적으로 보호되도록 하며, 25곳이 세계유산이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이어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왼쪽 사진부터 제주 당처물동굴, 전남 신안 갯벌, 제주 용천동굴.  국가유산포털 제공·연합뉴스

왼쪽 사진부터 제주 당처물동굴, 전남 신안 갯벌, 제주 용천동굴. 국가유산포털 제공·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유산 17건 가운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갯벌’ 두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갯벌은 생물다양성뿐 아니라 퇴적과 조수 작용이 빚은 지질·지형 가치도 지니며, 남해안 일대 공룡화석지와 설악산 역시 지질유산으로서 가치가 큰 곳으로 거론된다.

우경식 세계보호지역위원회 지질유산전문가그룹 회장은 이에 더해 북한과 협력한다면 백두산, 비무장지대(DMZ), 철원 화산암지대 등이 KGA를 통해 세계유산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땅덩어리는 작지만 지질유산의 가치가 뛰어나다”며 “해외 전문가들과 교류하다 보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지질유산이 계속 발견된다. 앞으로 국가유산청과 국제사회가 협력해 발굴과 보전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술대회에선 ‘KGA 한국선언’도 발표됐다. 지질유산을 인류 공동의 자산이자 기후위기 시대 국제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보전 대상으로 재확인하고, KGA 프로그램의 이행·확산을 위한 국제 기준을 마련하고 협력 체계를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질유산 보전이 21세기 자연보전의 중심 의제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면서 “KGA를 중심으로 보호와 관리, 연구와 교육이 연결되는 국제협력의 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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