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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이번 여자축구아시안클럽대회에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골이나 우승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한국 취재진이 관례적으로 사용한 "북측"이라는 표현에 북한 감독이 "우리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보다 앞선 때에도 북측 영어 통역은 영어 질문을 번역하면서 "남측"이나 "남조선" 대신 "한국"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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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변했다…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불러야’, 아니 ‘봐야’할까

입력 2026.05.28 10:53

  • 김세훈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선수권보유자연맹전에서 우승한 북한 내고향팀 선수들이 지난 26일 귀국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선수권보유자연맹전에서 우승한 북한 내고향팀 선수들이 지난 26일 귀국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남북 축구가 다시 만났다. 이번 여자축구아시안클럽대회에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골이나 우승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발생한 호칭 충돌이었다. 한국 취재진이 관례적으로 사용한 “북측”이라는 표현에 북한 감독이 “우리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보다 앞선 때에도 북측 영어 통역은 영어 질문을 번역하면서 “남측”이나 “남조선” 대신 “한국”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기자 기억에 과거 스포츠 행사에서 만난 북측 인사가 “한국”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과거 남북은 “남측”, “북측”이라고 상대를 불렀다. 완전한 국가 대 국가 관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나의 공동체도 아닌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는 절충적 표현이었다. 북측 사람들도 “북측”이라는 호칭에 반감이 없었다. 정치적으로는 민감했지만, 동시에 최소한 같은 민족이라는 일정한 공감대가 있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한 이후 한국을 사실상 별개 국가처럼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에서도 그런 태도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방문증명서 대신 여권을 사용한 것 역시 같은 흐름 안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호칭 충돌은 지금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질문은 단순히 호칭 문제가 아니다. 북한을 동포로 볼 것인가, 안보 위협으로 볼 것인가, 통일 대상으로 볼 것인가, 별개 국가로 인식할 것인가 등 인식의 문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는 이런 여러 관점들이 동시에 있었다. 헌법은 평화통일을 지향하지만 현실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계속됐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는 국가처럼 만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우리는 하나”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다. 남북 관계는 원래 단순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었고, 그 모호함이 때로는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선수권보유자연맹전에서 우승한 북한 내고향팀 선수들이 지난 26일 귀국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선수권보유자연맹전에서 우승한 북한 내고향팀 선수들이 지난 26일 귀국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번 내고향 축구단 방한도 많은 게 애매했다. 누군가는 같은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고, 누군가는 홈팀인 수원FC위민이 소외됐다고 느꼈다. 또 누군가는 스포츠는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누군가는 북한 선수단 행동을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같이 서로 다른 시선이 동시에 존재했고 서로 충돌했다. 어쩌면 이게 이번 논란이 불러온 질문이며 숙제인지 모른다.

통일을 지향한다고 해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반대로 현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통일 가능성까지 지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이라고 부른다고 잡혀가는 시대도 아니다. 이제는 감정과 관성에 기대어 북한을 바라볼 단계는 지난 게 아닐까. 북한은 이미 스스로 관계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변화한 현실 속에서 북한을 어떤 존재로 규정하고 어떤 원칙으로 상대할 것인지 더는 미뤄두지 말고 분명하게 정리할 때가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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