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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월경을 감춰야 하는 여성들이 있다.

월경은 이란 여성의 일생에 드리우는 '가장 은밀하고 사회적인 위협'이다.

5월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앞두고 이란 일간 샤르그는 26일 월경을 금기시하는 사회가 여성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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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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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현지시간) 이란 케심 섬의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선 건물 근처에 소녀들이 서 있다. 게티이미지

“초경, 암인 줄 알아” “밥이냐 생리대냐”…이란 여성이 겪는 ‘생리 빈곤’

입력 2026.05.28 11:17

  • 플랫팀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월경 금기시하는 사회, 이란 여성들이 겪는 신체적·경제적 어려움

월경을 감춰야 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란의 10대 아이나즈는 옷에 묻은 핏자국이 눈에 띌까 봐 쉬는 시간에도 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30대 소마예는 자리를 잠시 비웠다는 이유로 해고될까 두려워 위생용품을 교체하러 가지 못한다. 월경은 이란 여성의 일생에 드리우는 ‘가장 은밀하고 사회적인 위협’이다.

5월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앞두고 이란 일간 샤르그는 26일(현지시간) 월경을 금기시하는 사회가 여성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보도했다. 이란 여성들은 ‘불결한 존재’라는 사회적 낙인 속에 신체·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월 17일(현지시간) 이란 케심 섬의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선 건물 근처에 소녀들이 서 있다. 게티이미지

5월 17일(현지시간) 이란 케심 섬의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선 건물 근처에 소녀들이 서 있다. 게티이미지


이란 여성들에게 첫 월경은 수치심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첫 월경을 한 아동은 성인 여성이 됐다는 통과 의례적 성격에서 뺨을 맞거나 꼬집힘을 당한다. 이때 각인된 통증은 첫 월경을 두려움과 수치심의 감정으로 기억하도록 한다. 이러한 풍습이 생긴 배경에는 샤리아(이슬람 율법)가 있다. 샤리아는 월경 중인 여성을 불결함을 뜻하는 ‘나지스’로 규정한다. 이 기간 여성들은 사원 출입과 예배가 금지되며 쿠란에 손을 댈 수도 없다.

이란의 한 시골 마을 학교에 다니는 6학년 아이나즈는 친구들보다 월경을 조금 일찍 시작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정말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월경을 시작한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이 “암에 걸린 줄 알았다”고 했다. 이들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사춘기에 대해 한 차례 배우기는 했지만, 월경과 출혈, 생리대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월경에 대한 교육 부족은 학습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학생들은 월경을 수치스럽다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다. 테헤란의 교사 나즈닌은 “수업 결석은 십대 소녀들이 월경 앞에서 내리는 첫 결정 가운데 하나”라며 “월경에 대한 무지와 결석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듣지 못했거나 소도시 출신인 아이들일수록 더 자주 결석한다”고 했다.

어른이 돼도 월경은 감춰야 할 대상이 된다. 테헤란 인근 식품 포장 공장에서 일하는 소마예는 월경 중 노동은 “명백한 고문”이라고 말했다. 근무 시간에 하복부 통증과 불편함이 이어지지만 이를 쉽게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소마예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일이 느리냐고만 말한다”며 “직장을 잃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히잡을 쓴 이란 여성들이 성지인 쿰의 거리에 서있다. 게티이미지

히잡을 쓴 이란 여성들이 성지인 쿰의 거리에 서있다. 게티이미지


[#아시아여성]침묵을 깨자, 생리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소녀가 없도록

화장실 이용 시간 제한으로 여성 노동자들은 생리대를 제때 교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이란 여성들은 오한과 발열을 동반한 심한 월경통에서부터 감염 및 자궁 관련 질환을 겪는다고 샤르그는 전했다.

비싼 위생용품 가격은 부담을 더욱 키운다. 자녀를 둔 소마예는 “아이들을 위한 식료품과 나를 위한 생리대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며 “엄마로서 결국 아이들을 먹일 음식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 활동가인 마히야 바헤디는 “생필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가정에 위생용품은 사치품으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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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월경권을 보장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샤르그는 월경 인식 제고에 앞장선 외국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는 세계 최초로 월경 용품 무상 제공을 법으로 보장한 국가다. 또 사회적 금기를 완화하기 위해 남학생에게도 월경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월경 용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인하했으며 일부 공립학교와 대학교에 무료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했다. 케냐, 네팔 등 국가는 생리대에 부과되는 세금을 폐지했다.

월경 휴가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월경 휴가 도입 시 기업의 여성 노동자 고용 부담이 커져 오히려 여성이 겪는 차별을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정치경제학자이자 노동운동가인 아니샤 아사돌라히는 “월경을 무시하는 것은 남성의 몸을 ‘표준 노동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차별이 심해질 수 있으니 권리를 주지 말자’는 잘못된 논리는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리의 인정은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며 감독 제도 강화와 함께 점진적으로 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 최경윤 기자 cky@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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