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영 목사가 28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출교 무효 확인 소송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섭 기자
“은퇴하면서 후배들에게 옳은 일을 위해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28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앞에 선 남재영 목사(70)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대전지법 민사12부(재판장 임성실)는 이날 남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를 상대로 낸 출교 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남 목사가 남부연회 재판위원회에서 출교 결정을 받고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남부연회 재판위원회는 대전 빈들공동체교회 담임목사였던 남 목사가 2024년 6월 서울퀴어문화축제와 7월 대전퀴어문화축제에서 열린 성소수자 축복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해 12월 출교 결정을 내렸다. 출교는 목사 자격은 물론이고 교인 자격까지 박탈해 신앙 공동체에서 영구 제명하는 교회 내 최고 수위 징계다.
남 목사는 출교 결정 이후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지난해 3월 교회에 복귀했지만,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정년을 맞은 그는 지난달 은퇴했다.
남 목사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축복은 목사의 일상적인 업무이고, 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이제는 교회가 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사법부가 일깨워 준 것”이라고 이번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등이 28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남재영 목사 출교 무효 확인 소송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섭 기자
남 목사는 출교 처분을 받았던 2024년 항소심 격인 총회 재판을 신청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무효 소송을 냈다. 당시 그와 함께 성소수자 축복식에 참여했던 동료 목사 일부는 총회 재판을 통해 정직으로 징계 감경을 받았다.
그는 “잘못했다면 출교는 100번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동성애자라고 해서 그들을 축복한 게 죄가 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교리만 따지는 교회 재판이 아니라 시민 권리를 따지는 사회 재판을 통해서 동성애 혐오가 반인륜적이고 인류 보편적 가치와 시대 정신에 반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성소수자 축복식 참석은 애초 징계를 감수한 일이었다. 앞서 이동환 목사가 같은 이유로 감리회에서 출교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남 목사는 “이동환 목사 출교 자체가 부당한 것이었고 선배 입장에서 그냥 지켜보며 수긍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은퇴하면서 이런 교회를 후배들에게 물려준다는 것이 참 부끄러웠는데 이번 판결로 후배들이 옳은 일을 위해 저항하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구원받을 영혼과 구원받지 못할 영혼을 감별할 자격이 없다”면서 “극우에 오염돼 이성을 상실한 한국 교회가 혐오와 차별이 아닌 사랑과 환대가 교회의 언어임을 깨닫고 그 어떤 차별도 용인하지 않았던 예수의 정신에 따라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