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의 한 건물에서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한 화염이 솟아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이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협정이 다시 위태로워졌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전역을 전투지역으로 선포하며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이는 지난달 휴전 후 처음이며, 이스라엘의 공격 수위는 지난 몇 주 중 최고 수준으로 치달았다.
27일(현지시간) 알자지라·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자흐라니강 이남 전체를 전투지역으로 간주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자흐라니강 이북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민간인들은 헤즈볼라 요원과 시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전역에 대피령을 내린 건 지난달 17일 휴전 발효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전날부터 이 일대에서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 150여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몇 주 동안 최고 수위의 공격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레바논에서 아동 4명을 포함해 최소 31명이 숨졌다.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 진입한 이스라엘군과 국경 너머 이스라엘 방향으로 무인기(드론) 및 로켓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 국경과 약 10㎞ 떨어진 리타니강 인근에서는 이스라엘군과 근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무력 충돌이 고조되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더불어 이스라엘-레바논 전선이 이란과 미국이 논의 중인 종전 협상에 미칠 영향도 더욱 불확실해졌다. 그동안 이란은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투가 종식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공격을 멈추는 것을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독자적으로 자기방어에 나설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작전 심화”에 나선 데에는 국내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기 총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지지층에게서 레바논 전선에서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 정부와 군은 미·이란의 협상이 마무리돼 행동에 제약이 걸리기 전에 헤즈볼라에 최대한 큰 타격을 입히려고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직접 만나 회담했으며 오는 29일에도 미국 주재하에 펜타곤에서 만날 예정이다. 별도 정치 회담도 다음 주 중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무력 대치의 주체인 헤즈볼라는 이 회담을 비난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철수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인해 레바논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3213명이 사망했고 97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