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FP 한국본부 기자회견서 증언
이스라엘 정부 “가혹행위 없었다” 주장 정면반박
다른 배와 비교해 폭행 강도 커 ‘고문선’으로 불려
귀국 직후 병원서 고막 파열·갈비뼈 골절 등 진단
해초 “구치소 찾은 한국 영사, 다이어트하냐며 조롱”
“이 대통령, 이스라엘 비판을 행동으로 옮겨야할 때”
가자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활동가 김아현(해초), 김동현씨, 이승준씨를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나포 당시 가혹행위 증언 및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배를 타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로 향하던 중 공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한국인 활동가들이 “구타와 테이저건, 성적 수치심 유발 등 가혹행위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부인한 것과는 정반대 주장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KFFP) 한국본부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지하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의 공해상 불법 나포와 평화항해 활동가들에 대한 고민과 가혹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나포됐던 김아현씨(27·활동명 해초)와 김동현씨(34), 미국 국적의 이승준씨(26) 등이 참석했다. 이달 초 항해를 떠났던 해초와 이씨는 20일(한국 시간), 김씨는 18일 지중해 공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이후 석방된 해초와 김씨는 지난 22일 태국을 경유해 귀국했고, 이씨는 지난 25일 입국했다.
귀국 직후 이들은 녹색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김씨는 횡문근융해증, 해초는 외상성 고막 천공, 이씨는 갈비뼈 골절과 근육세포 손상 소견이 나왔다. 이를 근거로 이들은 이스라엘군에 의한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해초와 이씨가 있던 감옥선은 지난해와 올해 항해한 다른 배와 비교했을 때 폭력의 강도가 커 ‘고문선’으로 불렸다고 한다. 해초는 “완전무장한 이스라엘군이 제 배에 올라타서 몸수색을 명목으로 몸을 뒤졌다”며 “항해가들의 옷을 벗기고 얇은 한 겹의 옷을 입혔다”고 말했다. 그후 이스라엘군은 해초를 혼자 불 꺼진 컨테이너로 끌고 가 어둠 속에서 안면을 구타했다고 한다. 그는 “두 번째 뺨을 맞을 때 귀에서 ‘삐’ 소리가 들렸고 세 번째 맞을 땐 코피가 터졌다”고 했다.
작은 컨테이너로 된 감옥선에선 부상당한 사람들의 비명이 이어졌다고 한다. 해초는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테이저건을 맞았고, 여성으로 보이는 이들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며 “반나절에 한 번씩은 모두를 컨테이너 밖에 세워두고 총을 들어 섬광탄을 발사했다”고 했다.
해초와 같은 배 탄 이씨도 “무장 병사들은 제 손과 발을 군홧발로 짓밟고 테이저건으로 총격했다”며 “동료들을 폭행하는 모습을 강제로 보게 했는데, 한 명은 7번이나 테이저건으로 공격당했고 몇 차례나 병사들이 그의 목에 직접 전기를 꽂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끼는 동지가 잔혹하게 폭행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에서 오는 공포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씨를 포함한 30명의 성인 남성들이 2평이 안 되는 독방에 갇히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너무 협소해 기절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의료진을 불러달라고 해도 거절당했다”고 했다.
두 사람보다 일찍 나포됐던 김씨는 “몸 수색 후 이동하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이 주먹과 발로 구타당했다”며 “이후 손이 뒤로 묶인 채 머리와 등을 땅에 고정시키는 고문 자세를 2~3시간 가량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감옥선에선 일부 항해자들이 단식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항의하는 이들을 위협하고자 이스라엘 군은 파쇄탄을 쐈고 3명 이상이 파쇄탄 혹은 빈백탄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도 이스라엘군으로부터 테이저건을 맞았다.
이들은 현지 한국 영사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해초는 “구치소를 찾은 한국 영사는 이스라엘군이 주는 빵을 거부하자 다이어트하냐며 조롱했고, 제가 폭행당했음을 알렸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며 “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도 거절당했다”고 했다.
이에 외교부는 “엄중한 상황에서 동 영사가 우리 국민에게 다이어트하냐고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며 “전화기를 빌려 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당시 영사접견 장소가 공항 경찰서 내부라서 어려울 것 같다고 했고 당시 해당 국민도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학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은 지난 26일 “신체적 학대 주장을 전면 부인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비방 캠페인을 조직적으로 전개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김지혜 KFFP 활동가는 “이스라엘대사관은 한국 국적 활동가들이 다른 선단 활동가들과 달리 크치오트 군사 수용소를 거치지 않고 아슈도드 항구에서 곧바로 귀환했기 때문에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납치된 활동가들을 학대, 조롱해 공분을 산 영상이 아슈도드 항구 구금시설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항해에 나섰던 활동가 428명 중 대부분이 감옥선에서부터 항구, 크치오트 수용소에서 추방까지 이동하는 전 과정에서 이스라엘 점령군과 경찰의 가혹행위를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고 했다.
전진한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이스라엘은 그들 모두를 불법 납치해서 폭력을 가했고 발뺌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은 자신의 비판을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여전히 이스라엘과 외교·군사적 협력을 계속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며 “한국의 포탄이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몸을 찢어 죽이고 병원으로 떨어지게 그냥 둬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해초와 김씨는 다음 달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이스라엘군의 가혹행위 등을 논의하는 면담을 외교부와 갖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