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일본 도쿄 참의원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국가정보국’ 창설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일본 국회는 이날 국가 안보 역량을 강화하려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핵심 보안 의제인 신설 정보기관 출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AFP 연합뉴스
1941년 12월7일,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진주만 공격은 수많은 정보를 통해 예상된 일이었으나 미국은 오판을 했다. 일본을 얕본 대가는 컸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창설은 진주만 공습을 탐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이 된 CIA는 공만큼이나 과도 적지 않다. 창설 이래 도·감청, 외국 요인 암살 등 비밀공작을 벌여 국내외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는 2013년 전직 CIA 직원이자 국가안보국(NSA) 계약업체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고도화된 정보권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고 거대한 ‘빅브러더’로 돌변하는지를 드러냈다. 정보기관이 전 세계를 엿듣고 통신기록을 무차별 수집·감시해왔다는 사실은 스노든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일이다.
각국 정부는 안보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펼친 ‘장대한 분노’ 군사작전에선 CIA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대외 정보국 모사드의 ‘휴민트’(인적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첩보전을 벌인다는 것은 영화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이 전쟁에 일본도 뛰어들 모양이다. 일본 첫 중앙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 창설 관련 법이 지난 27일 일본 국회에서 통과됐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대외 정보 조직을 두지않았던 일본이 ‘일본판 CIA’를 창설하려는 명분 역시 안보이다. 중국·러시아의 정보전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속에서, 파편화된 정보력으로는 더 이상 국가를 지킬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문제는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가 정권 이익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무기로 둔갑한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데 있다. 야당이 요구한 독립 감찰기관 설치를 일본 여당이 부결시킨 것도 석연치 않아 보인다. 아사히신문이 지적했듯, 안전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국가정보국을 구성하는 정치인의 ‘수준’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스노든은 ‘폭로 이후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상황’을 더 두려워했다. 일본의 국가정보국 신설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스노든의 폭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