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8월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육군 전쟁대학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국이 바라볼 때 한국은 아시아 심장부에 꽂힌 단검”이라고 말했다.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도 ‘단검’ 같은 자극적 표현으로 동북아에서 분쟁을 조장하려는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브런슨 사령관의 그간 발언들을 보면 동북아 분쟁을 조장하는 게 주한미군사령관의 임무라고 여기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는 지난해 5월 한반도를 “일본과 중국 사이에 고정된 항공모함”에 비유했고 주한미군을 “베이징에서 직선거리로 400~600㎞ 떨어진 유일한 부대”라고 했다. 마치 주한미군사령관의 머릿속에는 ‘대중국 공격’ 구상이 들어차 있는 것 같다. 그의 선 넘는 발언에 주한 중국대사관 측도 28일 “호전적 행위인가, 다른 나라들을 인질로 삼으려는 의도인가”라고 비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팟캐스트에서 미국과 한국·일본·필리핀의 정보·지휘 시스템을 통합하는 자신의 ‘킬 웹(kill web)’ 구상을 다시 거론했다. 킬 웹 구상은 한·미 간에 공식 논의된 적 없다. 한·일이 군사동맹 수준이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한국이 동중국해·남중국해 갈등에 끼어들 이유도 없다. 미·중 정상이 지난 14일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구축에 합의했는데도 브런슨 사령관은 왜 자꾸 중국을 자극하고 한국을 불편하게 하는 발언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위해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는 부정적이다. “정치적 편의주의가 앞서선 안 된다” “일정을 정해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잠 못 들게 한다” 등 압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미 군 당국도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할 군사적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기에 최종 시기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은 “신속한 전작권 환수”를 강조하고 있다. 한·미 정상이 정치적으로 최종 결정할 사안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이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위치가 아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미국이 얘기하지 않아도 한국이 가장 잘 안다. 한국으로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동북아 정세의 안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한·미 동맹의 바탕 위에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불필요한 발언으로 동맹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