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백 억만장자
데이비드 겔러스 지음ㅣ고현석 옮김
흐름출판ㅣ404쪽ㅣ2만2000원
1968년, 남미 파타고니아의 혹독한 설산 피츠로이에서 한 남자가 서른 번째 생일을 맞는다. 길 위의 삶, ‘더트백(dirtbag)’을 자처했던 그는 역설적이게도 5년 뒤 연 매출 10억달러의 기업을 운영하는 억만장자가 된다. 오늘날 친환경 경영의 상징이 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그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다. <더트백 억만장자>는 자산가라는 호칭을 모욕으로 여겼던 괴짜 사업가 쉬나드가 2022년 소유권을 전량 기부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저자는 등산장비 사업을 패션 사업으로 확장해 큰 성공을 거둔 쉬나드가 왜 업계 ‘이단아’로 불렸는지 조명한다. 쉬나드는 이윤 극대화가 미덕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환경을 위해 ‘덜 만들고 덜 파는’ 성장 억제 정책을 폈고,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공급망을 정화했다. 그에게 사업은 돈벌이가 아닌 신념의 실현 수단이었다.
저자는 성공 신화 뒤에 숨겨진 쉬나드의 인간적 모순도 함께 파헤친다. 그는 환경 보호를 외치면서도 결국 더 많은 소비재를 판매해야 하는 기업의 숙명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파타고니아가 특별한 이유는 그 모순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쉬나드는 생애 가장 극적인 결정을 내린다. 2017년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이 오르자 분개한 그는 “부자로 죽고 싶지 않다”며 가족이 보유한 파타고니아의 모든 주식을 목적 신탁과 환경단체에 넘겼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회사 수익이 기후위기 대응에 쓰이도록 법적 방어막을 친 것이다.
책은 더 나은 세상을 원하면서도 불완전함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분투를 담담하게 비춘다. 그리고 묻는다. 끝없는 성장이 미덕이 된 자본주의 시대, 당신은 무엇을 위해 나아가고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