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으로 들어온 궁궐과 도시
윤민용 지음 | 시공문화사
662쪽 | 4만2000원
‘무신진찬도’ 중 제1~2첩 ‘인정전진하도’(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848년 헌종이 연 왕실 궁중 잔치를 기록한 8폭 병풍 ‘무신진찬도’는 익숙한 듯 낯선 공간감을 품고 있다. 궁궐 공간을 펼쳐보이듯 그린 기존 행사도와는 달리, 서양화법을 절충한 일점투시부감도법이 적용돼 평면성이 줄고 깊이감이 더해진 것이다. 첫 장면인 ‘인정전진하도’에선 좌우 행각이 화면 상단으로 갈수록 축소되며 모여들고, 보는 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상단 인정전으로 향한다. 투시선을 따라 건축물이 입체감 있게 표현되면서 실제 궁궐 안에 들어선 듯한 현장감을 만든다.
<그림 속으로 들어온 궁궐과 도시>에선 이 같은 조선 후기 ‘건축화’가 고대부터 단계별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갑작스럽게 표현력과 화면구성력이 발전하며 집중적으로 제작됐다고 전한다. 이전 시대 회화에서 찾기 힘든 합리적인 공간감과 입체감을 표현하려는 강한 의지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각적 혁신의 동인을 동시대 동아시아의 시각문화 교류에서 찾는다. 명·청대 민간에서 제작되어 널리 유통된 ‘청명상하도’ 후모본, 서양화법을 모방한 소주판화, 청 궁정에서 온 서양 동판화, 일본에서 외교 선물로 유입된 회화병풍 등이 그 주인공이다.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궁중회화가 동아시아 시각문화의 흐름을 기민하게 포착해 발전해온 산물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