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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회복을 위하여

입력 2026.05.28 20:23

수정 2026.05.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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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이제 전쟁터가 되었다. 교사는 범법자로 취급당하고 있다. 민원과 소송이 난무하며, 교실은 무질서한 감옥으로 변했다. 불면으로 날을 새우다 명예퇴직으로 천직이라던 교직의 끈마저 놓아버린다. 원인은 멀리 있지 않다. 교육을 자본시장의 소비재로 보기 때문이다. 교사는 콜센터의 직원처럼 소비자의 호출명령에 따라야 한다. 학교는 자본의 입맛에 맞는 노동자를 양산하는 공장이 되었다.

교권은 소멸될 것인가. 공동체로부터 교육전문가에게 아이들의 심신 성장을 돕기 위해 부여된 권한과 권위가 협의의 교권이다. 교실은 가정의 연장이며, 학교는 사회의 모판이다. 교육이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된 한반도의 오랜 교육사에 비해 교권 강화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최근이다. 1991년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과 개정들을 거쳐 마침내 2023년에 교권보호 5법이 탄생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효행을 강조하는 까닭은 그것이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법들은 폭주하는 악성민원, 과도한 행정업무, 교실 붕괴로 인한 대량 중도퇴직은 물론 심지어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희생의 대가다. 법은 결과일 뿐 그것으로 표류하는 교권을 온전히 건져올릴 수는 없다.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교권 침해와 관련된 ‘괴물 부모’라는 말이 대두되었다. 동명의 드라마가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수는 <괴물 부모의 탄생>에서 그들의 특성에 대해 “자녀를 자기 소유물로 여기고 자녀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다. 그 높은 기대를 이루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오직 이익만을 위해 비합리적이고 불법적인 수단을 취하는 천민자본주의의 행태와 다름없다. 영국·독일·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에서 교권 문제가 대두된 시기도 대체로 신자유주의를 비롯한 자본의 지구화와 맞물린다.

길은 없는가. 먼저 밖으로는 교원의 정치기본권이 회복되어야 한다. <헌법> 제31조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을 정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핵심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군사정권하의 교권은 정권 유지와 정당화의 도구였다. 부정한 정권은 교육을 철두철미 지배한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오히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교육을 보호할 수 있다. 정치중립성은 교사의 정치활동을 제약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과정에서 민주적 사회의 다양성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는 장치다. 국가인권위원회·국제노동기구·국제연합의 공무원·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요구는 교육현장이 정치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뜻한다. 정치는 변화하는 삶의 유기적 환경을 창조하는 일이다. 따라서 교사의 정치 참여야말로 학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산교육이다.

안으로는 스승의 권위 회복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전통의 가치를 전승하고, 세상을 향해 비상하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미지의 세계를 항해하는 호기심 가득한 인간은 평생 스승이 필요하다. 스승과 제자는 함께 진리를 탐구하며, 함께 성장하는 동지다. 선어록의 왕으로 부르는 <임제록>에서 임제의현 선사는 스승 황벽희운 선사에게 불법의 대의를 세 번 물었는데 그때마다 주장자로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부드러운 쑥으로 어루만져주시는 것 같았다. 또다시 그러한 주장자로 맞아보고 싶다”고 했다. 깨달음을 얻게 한 스승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허공에 뿌리 박은 대자유인의 경지를 엿볼 수 있다.

학교는 선사들처럼 살불살조(殺佛殺祖)의 관문을 통과해 우주의 참된 주인공을 만드는 사원이다. 교육은 어떤 사회체제에서든 자신의 운명을 자유롭게 개척하는 삶의 전문가가 되는 길이다. 시루 속 콩은 주인의 쉼 없는 물 주기 속에서 함께 콩나물로 성장한다. 교권 파괴는 이처럼 아이들에게 쏟는 스승의 자비와 사랑의 물길을 끊는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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