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차이로 대참사 피해
이날 하루 열차 59대 지나갔는데도 통제 없어
도로 차량도 그대로 운행
공사시간도 공방 “24시간 작업 막아” vs “열차 마비 우려”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붕괴 지점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3명이 사망한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가 무너지기 5분전 승객 42명이 타고 있던 KTX 열차가 차도 밑을 통과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최소한의 안전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아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서울시와 철도당국 모두 안전관리 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MBC 보도를 통해 공개된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지난 26일 발생한 사고 직전 철도 운행은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 붕괴 5분 전 행신역을 출발해 포항역으로 가던 20량짜리 KTX 열차가 고가 아래를 지나갔다. KTX에는 승객 42명이 타고 있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1분 전에도 승객이 없는 빈 열차였지만 7량짜리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를 통과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붕괴 사고 당일 오전부터 사고 직전까지 고가 아래 철로로 승객을 태운 열차 총 59대가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소문 고가 도로가 붕괴되기 직전,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긴급하게 우측으로 핸들을 돌리는 모습. MBC 제공 영상
고가 아래 도로 역시 교통 통제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공개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흰색 화물차가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는 순간 상판이 무너지며 화물차를 덮쳤다. 그 뒤를 따르던 오토바이가 긴급하게 우측으로 핸들을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만약 여러 대의 차량이 신호 대기 중이었다면 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관계기관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와 철도공단 등은 서울시가 교량 처짐을 발견하고도 즉시 알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그러나 안전 진단을 하던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이날 “서울시는 지난 2월 국가철도공단의 승인 후 고가차도 철거작업을 착수했고, 시공사 등은 사고 전 작업 중 교량 상부의 약 2.9cm 단차를 발견했으나 공단이나 코레일에 이를 즉시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교량이 처지는 이상징후를 인지한 서울시와 시공사가 철도안전법상 즉시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도,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 등 관계기관에 보고하지 않아 사고 직전까지 열차가 운행됐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작업 과정에서 철도안전법 위반 등 위법 행위가 없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사고 전 안전점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정황도 있다며 허위신고 여부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그러나 철도 운행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이라며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장에서 시공사가 코레일 측에 작업 종료 및 열차 운행 지장 여부를 보고할 때 슬래브 단차 발생을 별도로 알리지 않은 건 맞다”면서도 “허위 보고를 하려던 게 아니라, 감리단장 판단 하에 철도 운행에 문제가 있는 수준인지 진단하고 보고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철도당국은 철거 작업 시간을 놓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공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 24시간 연속 작업을 제안했으나 코레일 등이 승인하지 않아 심야에 3시간만 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코레일 측에 가급적 빨리 작업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최종적으로 열차 운행이 없는 시간에 진행하기로 협의가 된 것”이라고 밀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24시간 공사가 불가능하다며 반박했다. 코레일은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 건널목은 KTX와 일반열차 등이 차량정비를 위해 기지로 이동하는 핵심 구간”이라며 “작업을 위해 장시간 연속으로 선로를 차단하면 전국적인 열차 운행에 차질이 생겨 국민 불편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이번 사고로 열차 운행 중지 시간의 차단작업이 더 안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사고 발생 지점은 철도안전법령에 따른 ‘철도보호지구’로 공단이 관리하며, 철거 작업 공사를 발주한 건 서울시다. 붕괴 직전까지 열차가 운행했던 사실이 밝혀진 만큼 양측 모두 안전관리 부실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