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목재를 구입해 집을 수리한 적이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손가락 몇번 까딱하면 새 목재를 살 수 있었지만 굳이 헌 목재를 사겠다며 없던 트럭까지 구해 찾아갔다. 당시 서울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공원에는 ‘문화로놀이짱’이라는 곳이 있었다. 대형폐기물에서 쓸 만한 가구를 골라 리폼하거나 수리해 판매하던 곳이다. 마침 버려진 합판과 가벽에서 못을 빼내고 다듬어 자재로 쓸 만한 목재가 있다고 했다. 새 목재보다 싸지도 않고 상태도 제각각이었지만, 괜찮다면 오라고 했다. 그곳에서 폐목재를 구입해 가벽도 세우고 신발장도 짰다. 아쉽게도 지금은 문을 닫았다.
그 후 유럽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도시로 불리는 이탈리아 ‘카판노리’를 방문했다. 카판노리는 동네에 들어설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결국 다른 동네에라도 또 다른 소각장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서울시가 일부 쓰레기를 다른 지역 소각장으로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카판노리는 쓰레기봉투에 RFID 칩을 부착해 분리배출 안 된 곳을 찾아내는 ‘쓰레기 실명제’를 도입했고, 할당량을 초과해 배출할 경우 70L 쓰레기봉투 한 장에 1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과했다. 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가구에는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생분해 봉투 외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 학교에서는 제로웨이스트 교육 의무화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10여년 만에 20%의 재활용률을 90%까지 끌어올렸고 그 어디에도 신규 소각장을 짓지 않았다.
카판노리에서 서울의 ‘문화로놀이짱’이 다시 생각났다. 이곳에서는 버려진 가구와 전자제품을 실은 트럭이 대형폐기물 집하장에 들어오면 망가져 사용할 수 없는 물건과 멀쩡하거나 조금만 손보면 그대로 쓸 수 있는 물건으로 우선 분류한다. 재사용은 물건을 본래 형태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고, 재활용은 더 이상 그대로 쓸 수 없는 물건을 부수거나 열을 가해 다른 용도로 만드는 것이다. 물건을 그대로 재사용하면 재활용보다 훨씬 적은 원료와 에너지가 들고, 탄소 배출과 쓰레기 발생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카판노리는 폐기물 가운데 재사용 가능한 물건을 먼저 골라낸 뒤 저소득층이나 이주민들을 고용해 이를 수리·판매한다. 폐기물 집하장 옆에는 수리 작업장이 있고, 그 옆에는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연주하라’는 뜻의 ‘다카포(Dacapo)’라는 재사용 가게가 있다.
‘당근’에 올리기엔 애매하지만 아직 쓸 만한 가구나 전자제품을 대형폐기물로 내놓을 때가 있다. 카판노리와 달리 이곳에서는 재사용되지 못할 것이다. 대형폐기물 배출 신고 시 ‘재사용 가능’ 항목에 체크할 수 있고, 집하장에서는 체크된 재사용 물건을 선별한다면 대형폐기물이 줄지 않을까. 몇년 전 서울 강동구에서는 ‘리사이클시티’라는 수거업체가 대형폐기물에서 재사용 물건을 선별해 중고품으로 판매했는데, 그 당시 자원순환율이 2배로 뛰었다. 최근 나는 버려진 나무 식기를 수거해 사포로 갈고 옻칠과 나전칠기를 입혀 다시 나무 식기로 되살리는 ‘반사광’이라는 공방을 발견했다. 선물해도 좋을 만큼 고급스러워 보였다. 제로웨이스트 도시가 별건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재사용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도시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