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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스타벅스라는 상표가 의미하는 바가 20년을 사이에 두고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커피전문점이 아직 대중화되기 전이던 2000년대 초반, 녹색 스타벅스 커피컵은 이른바 '된장녀'의 상징이었다.

차별금지법은 혐오 표현을 직접 규제하지는 못하지만, 차별을 규제함으로써 공론장에서 혐오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최소한의 기능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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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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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부터 탱크데이까지

입력 2026.05.29 15:10

  • 플랫팀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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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라는 상표가 의미하는 바가 20년을 사이에 두고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커피전문점이 아직 대중화되기 전이던 2000년대 초반, 녹색 스타벅스 커피컵은 이른바 ‘된장녀’의 상징이었다.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두고 굳이 커피전문점까지 가서 밥값을 훌쩍 넘는 비싼 커피를 마시다니 저 사치스러운 된장녀를 우리 사회가 응징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소비 주체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시기, 경제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남성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는 젊은 여성에 대한 젠더 불안감의 집단적 표출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26년 스타벅스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탱크데이’라 부르고 ‘책상에 탁’이라는 밈을 붙인 텀블러 홍보물을 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일부 극우 진영에서 ‘마셔서 응원하자’며 스타벅스 매장을 태극기로 뒤덮은 AI 합성사진을 올리는 모습은 약간 기이하기까지 하다. 완전히 반대로 보이는 두 사건은 사실 같은 맥락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집단을 조롱하는 ‘놀이문화’가 공통점이다. 20년 전 스타벅스를 소비하던 젊은 여성들이 된장녀라고 싸잡아 조롱당했다면 지금은 여기에 광주와 5·18, 세월호와 노무현 등이 더해졌을 뿐이다.

대통령 말대로 일베를 폐쇄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각종 온라인 공격이나 세월호 폭식투쟁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던 것은 길게 잡아야 2010년대 중반까지다. 지금 일베는 새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는 사이트가 됐다. 특정 집단을 조롱하는 놀이문화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와 유튜브와 엑스에, 그리고 대부분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 만연하게 퍼져 있다. 스타벅스 오너인 정용진 신세계 회장부터가 인스타그램에 해산물 사진과 함께 세월호 조롱 밈인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수차례 올린 전력이 있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 계정에도 종종 성소수자나 타 인종을 비하하는 혐오 밈 댓글이 등장하곤 한다(보일 때마다 열심히 지우고 차단한다).

그러면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을 강하게 처벌하면 해결될까.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5·18특별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5·18 당시 시민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가짜 신문기사를 만들어 유포하는 것이 그 예다. 특별법을 개정해 모욕과 명예훼손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밈화되고 암호화된 혐오 표현을 다 잡아내기는 어렵다. 어떤 집단에 대한 혐오를 처벌해야 하는지, 어떤 표현까지 처벌해야 하는지 등 세부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문제도 남는다.

더 근본적으로는 혐오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아직 없다. 일반적으로 혐오는 역사적·구조적으로 차별받아왔고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 되어온 집단을 향한 것으로 정의한다. 혐오의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뭉뚱그린 채 혐오가 문제라고만 하면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는 게 문제니까 서로 사랑하면 해결된다’는 유의 나이브하고도 틀린 결론에만 가닿을 뿐이다.

공론장에서 혐오를 차단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게 먼저라는 주장은 여기서 출발한다.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이와 같은 혐오 정서가 교육이나 고용, 서비스 제공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 실제로 차별 행위로 이행했을 때 이를 규제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혐오 표현을 직접 규제하지는 못하지만, 차별을 규제함으로써 공론장에서 혐오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최소한의 기능은 할 수 있다.

[플랫]유엔 인권최고대표 “한국, 차별금지법 절실해”

용인할 수 없는 혐오 표현이 인터넷을 떠도는 동안 상처받는 피해자는 계속 나온다. 그것은 광주 시민일 수도 있고, 세월호 유가족일 수도 있으며 여성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성소수자일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시내에는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는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퀴어 청소년들에게는 폭력이다. 한 지역 책모임은 이 현수막 아래에 ‘교육에 필요한 것은 차별과 혐오의 추방’이라는 현수막을 달았다고 한다. 최근 함께 일한 어느 단체에서는 “답례로 스타벅스 상품권을 제공할 예정이었는데 다른 카페 상품권으로 바꿔도 되겠느냐”고 묻는 연락이 왔다. 각자의 자리에서 혐오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어쩌면 상처받는 피해자를 줄일 방법일 수 있을 것 같다.

▼ 남지원 젠더데스크 somnia@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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