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민연금 보유자산 중 국내 주식 비중이 기존 한도를 크게 웃돌자 대규모 매도 대신 한도 상향을 선택한 것이다. 기존 투자 목표를 지키려 ‘기계적 매도’를 하면 증시에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주식시장 체질 개선 등 변화한 현실을 고려해 투자 한도를 유연하게 조정한 것은 납득할 만하다. 다만 국민연금이 증시 부양 목적으로 동원된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아온 만큼 정부는 국민연금 독립성 훼손 우려 불식을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8일 다음 달 말부터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보다 5.9%포인트 높인 20.8%로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였지만 코스피 급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서 지난 2월 말 국내 주식 비중이 24.5%까지 치솟는 등 목표치와 현실 사이 괴리가 컸다. 국내 주식 비중은 목표치에서 5%포인트까지 허용되는 최대한도(19.9%)도 넘어섰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한시적으로 국내 주식 매도 유예를 결정한 데 이어 이날 아예 목표치 자체를 끌어올렸다.
국민연금이 기존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유지를 위해 대규모 매도(최대 170조원)를 했다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국민연금도 수익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자본시장 체질 개선과 반도체 등 국내 기업 실적 개선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정 부분 해소되고, 코스피 시가총액이 세계 7위까지 올라선 상황을 감안하면 기계적 매도가 능사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질적 도약을 하는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국민연금이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한 것은 타당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내 증시 수익률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골대’(목표 비중) 위치를 빈번하게 바꾸는 건 경계해야 한다. 그 경우 정부가 국민연금을 가입자의 노후 준비를 위한 기금이 아니라 증시 부양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증시 하락기에 수익성의 큰 손실로 인한 기금 건전성 문제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네덜란드·캐나다 등과 달리 한국·일본은 자국 주식 편향이 강한 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시장 상황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기금 운용을 하더라도 분산투자와 안정성의 원칙은 절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