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무산담에서 30일(현지시간) 드론으로 촬영한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막바지 종전 협상에서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싸고 부딪히고 있다. 미국이 한층 강화된 요구안을 내걸었다고 알려짐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운명이 결정되기까지는 추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까지 논의된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거부하고 한층 강화된 조건을 요구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잠재적 합의안의 조건을 강화했으며 이러한 변경안을 이란 측에 다시 보냈다”고 NYT에 전했다.
변경된 내용이 무엇인지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란 핵문제와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것이라는 전언이 나온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언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된 표현도 바꾸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은 “이란의 답변이 오기까지 3일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은 누구의 것도 아니므로 전쟁 이전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통제권을 전후에도 내려놓지 않겠다고 맞선다. 이란은 최근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신설해 선박당 최고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통행료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목적으로 이란과 협상·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나섰다. 최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페르시아만해협청과 협력하는 모든 개인 또는 단체를 특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또한 미국인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목적으로 이란과 합의하는 행위 일체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이 최우선 합의 조건’이라고 강조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이상 이란이 이를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쥐고 흔들면 전세계 경제와 물류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이미 확인한 상태다. 또한 자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승인하면서 통제권을 행사했다. 이란이 전후 복구에 필요한 자금을 통행료를 통해 얻으려고 한다는 분석도 있다. 호세인 데라크샨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이란이 오래도록 의심받아 온 대량살상무기보다도 더 잠재적으로 강력한 대량 파괴 무기로 떠올랐다”고 알자지라 기고에서 평가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군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이란 항구로 가던 감비아 국적 상선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지난 25일과 27일에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내 군사시설 등을 공습했다. 이란군 작전사령부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 “호르무즈 해협 관리는 이란 군대가 전적인 권한을 갖고 수행한다. 통제를 따르지 않는 외국 상선 및 군함은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