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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사태’ 1년 전 경고했던 장재식 전 산자부 장관 별세···장하준 교수 부친

입력 2026.05.31 14:14

수정 2026.05.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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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경제팀은 한 달 전에야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인식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1999년 당시 국회 IMF 환란조사특위에서 특위 위원장이었던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장 전 산자부 장관이 지난 28일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그는 IMF 발생 1년 전 외환위기를 예측해 경고한 인물이다. 특히 당시 경제 지표가 보내는 경고보다 정치적 판단과 낙관론이 우선시됐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당시 한국 경제는 겉으로는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경상수지 적자 확대, 단기외채 급증,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보유액 소진, 재벌 과잉차입 구조 등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특히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는 정책을 반복했다. 물가 안정 효과, 국민 불안 차단, 정권의 경제 운영 능력 과시 등을 위해서였지만, 경제적으로는 외환보유액 감소, 수출 경쟁력 악화, 시장 왜곡 등의 부작용이 누적됐다.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의원이던 고인은 1996년 10월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화가 지나치게 고평가되는 바람에 자동차 조선 등 중화학제품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단기대책으로 금리인하와 환율인상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나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뛸 것을 우려한 정부는 그의 주장을 외면했다.

1999년 초 ‘IMF 환란특위 위원장’을 맡아 사태 수습에 매진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그는 정치권과 경제관료 집단 내부의 ‘집단적 낙관론’과 ‘불편한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 문화를 비판했다. 경제관료들이 나쁜 지표를 축소 보고하고, 정치권은 성장률·선거·정권 안정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환란 발생 10여 일 전에야 위기의 심각성을 비공식 채널로 보고받았다”며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1935년 광주에서 출생한 그는 광주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국세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국세청 차장과 한국주택은행장 등을 거쳐 14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내리 3선을 한 뒤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산자부 장관을 지냈다.

산자부 장관 당시는 그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전통 제조업이 국가경제의 기틀이 돼야 한다”며 신산업 육성도 필요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는 한국이 반도체나 방산 등 첨단 산업 분야는 물론 가전, 식품, 패션, 뷰티 등 소비재 전반을 아우르는 제조업 강국이 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집안은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가문으로 알려져 있다. 큰아버지 장병준 선생은 상해 임시정부 외무부장이었고, 작은아버지 장홍염 선생은 광복군 전남지구대 참모장이자 제헌 국회의원이었다.

장남은 경제학자인 장하준 런던대 교수, 차남은 과학철학자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이다.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원 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등이 조카들이다.

유족은 부인 최우숙씨와 2남1녀(장하준·장연희·장하석), 사위 임수빈(LKB평산 변호사), 며느리 김희정·그레첸 시글러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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