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어떤 유머는 저열한 다큐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어떤 유머는 저열한 다큐다

입력 2026.05.31 20:10

수정 2026.05.31 20:12

펼치기/접기

딴엔 농담이라고 한 말에, 정색하는 사람을 희화할 때 “유머를 다큐로 받는다”거나,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한다. 상대의 농(弄)에 기분이 상하거나 심각해질 때 센스 없다며 ‘퉁박’ 주는 이 표현들은 숨겨진 의도를 알아차린 이에게 주먹질 없이도 침묵을 강요하기에 ‘조용한 폭력’이 된다. 웃는 낯에 침 뱉을 수 없는 노릇이라, 이 조용한 폭력 앞에 어떤 사람은 불쾌하더라도 어설피 함께 웃기도 한다. 학교폭력 피해자 역시, 폭력 사실을 들킨 가해자가 키득거리며 하는 한마디, “장난친 거예요, 선생님!” 때문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쉽게 말할 수 없다. 조용한 폭력은, 이처럼 실제로 행사된 폭력에 더해 그 폭력을 말할 수 없게끔 ‘입틀막’까지 하는 계산된 폭력이자, 이중의 폭력이고, 그러므로 가장 저급하고 잔인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그건 양아치 짓이다.

2014년 9월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는 유가족 앞에서 벌인 ‘일베’의 폭식 만행에 더해, 이름조차 낯뜨거운 자유대학생연합(자대련)도 ‘장난스러운 만화’로 같은 취지의 조용한 폭력을 웹자보로 홍보하고 실행했다. 이것은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당시 대통령 박근혜의 냉대와 무책임이 만들어낸 결과이자, 최고 권력자가 공개적으로 행한 유가족 모독이 일베와 자대련에게 ‘패륜 허가’로 읽혔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그러나 이 사회가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는 패배감은 ‘생각하는’ 시민들의 몫이 되었다.

미국의 2017년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가 유세 당시 장애를 가진 기자의 화법과 몸짓을 흉내 내며 조롱한 것을 두고 “특권, 힘, 그리고 싸울 능력이 자신보다 훨씬 적은 사람을 권력자가 조롱하고 나설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며 비판했다. 막대한 권력의 소유자가 소수자, 희생자, 피해자 능멸에 그 힘을 오용할 때, 폭식 패륜에서 목격했듯 ‘뇌 썩음(brain rot)’ 상태에 있는 어떤 이에게 그것은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해도 된다는 허락으로 읽힌다. 그 사회에서 ‘패륜의 도미노’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메릴 스트리프의 “우리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We all lose)”는 도미노에 첫 돌을 떨어뜨린 그 권력자에 대한 공동체의 단호한 조치를 촉구한 것이다. 한국 시민은 당시의 대통령을 탄핵했지만, 미국 시민은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앉혔다.

최근 몇년 한 재벌 회장이 기업 홍보를 빌미로 패션이나 음식 취향을 넘어, 장난치듯 이념 성향까지 드러내며 ‘아슬아슬한 재미’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유머가 아니라, ‘쩐(錢)’권력자의 역사 왜곡을 향한 계산된 폭력이자 패륜 도미노를 시작하는 저열한 다큐였음이 드러났다. 내부 통제나 승인·검토 체계 실패라며 파장을 끊으려 하지만, 총수의 ‘축적된 장난’이 직원들에게는 패륜 허가로 읽혔을 테니, 문제는 시스템 실패가 아니라 우두머리 실패다.

대한민국 시민은 실패한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했다. 정치가 나서지 않아도 실패한 기업 총수에 대해 시민이 단호해질 것이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