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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부재에 대하여

입력 2026.05.31 20:14

수정 2026.05.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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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필자는 감염중환자실에서 일했다. 지금은 기억에서 잊힌 것 같아도, 당시엔 마스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음울한 예언이 유령처럼 떠돌았고, 유례없이 전파율과 치명률이 상승한 델타 변이 전후로 치료 표준 가이드라인조차 미완이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경험한 피로감과 무력감을 아직 기억한다. 소위 생경함이라는 것일까. Level D 방호복을 입고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청진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감염 방지를 위한 헬멧으로 귀의 노출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의료에서 인류가 200년간 사용해온 도구의 무용이 의미하는 것은 의료기기 하나의 불능이 아니라 손과 귀, 오감을 사용해온 의료행위가 전혀 다른 감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실리콘 소재 장갑 없이는 환자 신체에 손을 댈 수 없었고, 두꺼운 고글 뒤에서 환자 눈을 보지만 환자가 의료진 눈을 보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시의 생경함 중 필자가 가장 위화감을 느꼈던 지점은 사망 환자들의 상례와 관련된 것이었다. 감염병 역사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2014~2016년 대유행에 문화적 요인이 기여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망자에게 입 맞추는 풍습이 있는 서아프리카에서 사후감염(망자의 시신을 통해 감염)으로 전파 및 치명률이 크게 증가했었기에 국제보건영역에서는 모든 감염전파 현장에서 사후감염을 고려하게 되었고, 코로나19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상례는 사망선고 후 망자의 유해를 영안실에 안치하고 입관 및 3~5일의 의례를 거쳐 매장이나 화장의 순서로 이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의 경우, 입원 내내 감염격리되었던 환자가 결국 악화로 사망하면 유가족은 비닐 차단막 뒤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망자가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후 의료진이 사망선고를 하면 시신은 감염격리를 위한 이송 캡슐로 외부로부터 차단된 엘리베이터를 통해 병원 밖으로 나가 화장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면 입원 내내 환자 격리로 차단되어 있던 가족은 화면이나 비닐 차단막 뒤에서만 바라볼 수 있었던, 한 번도 껴안거나 만질 수 없었던 환자를 최후의 친밀감, 최소한의 의례 기회를 상실한 채 결국 한 줌의 재로 변한 뒤에나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시 사후감염 관련 조치의 불가피함은 별론으로 하고, 우리가 그 시절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뒤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그 기간 마땅히 행해져야 했을 애도의 상실에 관한 것이다. 온 국민이 사랑하는 이의 상실의 과정 내내 곁에서 슬퍼하고 함께 울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애도’라는 정동은 인류가 가족과 사회를 이루면서부터 가져온 공통된 감각이자 굳이 다룰 필요가 있는 의제라고 믿는다. 우리가 죽음을 논하는 것은 어렵다. 예컨대 죽음은 탐사되기 어려운 데다 각자에게 죽음의 의미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죽음에 ‘반응하는 방식’을 애도라고 할 때 그 반응의 방법과 수준을 논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경험하기에, 좋은 애도의 방식이 무엇인지 각자의 경험을 통해 공통의 토대 위에서 고민을 성숙시킬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애도의 윤리도 점화 가능해진다.

어느 커피 회사의, 논란이 된 마케팅 소식을 접하며 애도가 부재한 사회가 어떤 것인가를 생각했다. 죽음과 비극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반응으로서, 애도 정서가 손상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애도란 무엇인가.

자크 라캉은 <햄릿>의 비극을 적실한 애도의 상실로 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왕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을 원흉이었던 삼촌과 어머니를 포함해 왕궁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가 햄릿의 불행·비극의 원천이었다는 뜻이다. 어떤 불의의 기회들에 의해 우리 사회에 적체된 집합적인 고통과 분노가 터져 나오기 전에, 우리가 적실한 애도의 필요에 대해 학습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기병 한림대의대 내과교수 의료인류학자

이기병 한림대의대 내과교수 의료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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