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교육감이 선출된다. 광역 단위 선거와 비교했을 때 후보가 누군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무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지만, 성소수자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차별을 겪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띵동으로선 그 어떤 선거보다 중요하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띵동 상담사례를 참고해 ‘성소수자 학생 인권 보호 및 지원을 위한 6가지 정책’을 교육감 후보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서울 곳곳에서 마주한 것은 조전혁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내건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었다. 성소수자 학생의 존재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혐오를 선동하기도 하는 그 문구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분노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학교 앞에 게시하고, 직접 본인이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홍보하는 행태에 말문이 막혔고, 성소수자 학생이 교문 밖으로 추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규탄하고 정근식, 한만중, 홍제남 교육감 후보가 비판 입장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옥외광고물법 금지 광고물 적용 가이드라인’은 성소수자 비하 등 편견, 차별을 조장하는 단어나 문구를 사용한 현수막을 금지광고물로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계고 없이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벌칙 또는 과태료 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도 있다. 많은 시민의 참여 속에 민원 액션도 진행되었지만, 행정안전부는 관련 민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이관했다고 했고, 지자체는 후보 현수막이라 강제 철거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관련 부처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김영배 후보는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현수막을 게시했고, 윤호상 후보는 ‘공교육 현장에서 젠더, 동성애 교육을 뿌리 뽑겠다’며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마치 누가 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확산하고 있지만, 선거운동이 끝나가는 시점에도 정부의 개선 의지는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성소수자 혐오는 왜 선거 시기마다 반복될까. 동성애 찬반 여부와 차별금지법 제정 입장을 확인하는 질문은 보수 후보의 주요 레퍼토리였지만, 진보정당을 제외하면 집권 여당 후보들은 줄곧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보수 교계 눈치 보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득이 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영역은 다르다. 타인을 향한 혐오 표현이 방치되고, 다양성과 평등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학교에서 성소수자 학생의 자리는 영영 사라질 것이고, 혐오를 놀이로 경험하고 있는 다수의 청소년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의식을 갖지 못할 것이다. 혐오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는 학교의 모습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성소수자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교육감 후보들이 수용한다면 개인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 같은지 물었다.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자퇴하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 ‘덜 외로울 것 같다’ ‘죽지 않을 것 같다’와 같이 평범하지만, 간절한 바람들이 도착했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을 살릴 수 있는 선거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며, 교육감 선거가 끝나더라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학교 안팎에서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