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협의 앞두고 ‘헤그세스 미 국방 발언’ 주목
한·미·일 국방장관 대화 안규백 국방장관(오른쪽)이 지난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왼쪽),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잠재적 적국에 딜레마 창출”
전작권 전환 땐 유연성 확보
‘단검’ 발언한 주한미군 사령관
“우리가 처한 작전 환경 말한 것”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공개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이번주 한·미 실무협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미 정부가 한국 핵잠 건조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방침을 지지하는 배경에는 대중국 견제 전략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 추진에 대해 미국의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잠재적 적국이 우리의 위치와 역량을 궁금해하게 만듦으로써 많은 전략적 딜레마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이 한국 정부의 지난 26일 핵잠 개발 기본계획 발표 직후 나온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정부는 기본계획에 국내 개발·건조와 저농축 우라늄 활용 방침 등 향후 미국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들을 포함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전작권 전환에 대해서도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에 더 많은 선택지와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 출범 회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협의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나온 공동설명자료 안보 분야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다. 미국에선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국에선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대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핵잠 건조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문제가 주요 의제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그간 핵잠을 비롯한 안보 현안이 대미투자 및 쿠팡에 대한 미 공화당의 반발로 지연됐다”며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 등을 종합할 때, 쿠팡이나 대미투자 문제가 일단락되고 한·미 안보협의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한국의 핵잠 건조와 전작권 전환 방침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배경에는 대중국 견제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핵잠은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전작권 전환을 통해 대북 방어는 한국군이 맡고,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조정할 것이란 시각이다. 헤그세스 장관이 한국 핵잠 도입을 두고 “해상 역량을 확장해 잠재적 적국(중국)에 실질적인 딜레마를 안겨줄 용의가 있는 동맹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도 대중국 견제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는 지난 26일 미 육군 전쟁대학 팟캐스트에서 한국을 “중국이 보기에 아시아 중심에 있는 단검”에 비유했고, 지난해에는 “일본과 중국 사이의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했다. 단검 발언에 주한 중국대사관은 “선을 넘었다”며 반발했다. 한국 정부도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최근 미 정부에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런슨 사령관은 30일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우리가 처한 작전 환경을 설명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은 (미국이 군사) 전략적으로 중국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한국이 핵잠을 보유하게 되더라도 향후 미국의 군사작전에 어느 수준까지 동참하고, 중국 견제에는 어느 수준으로 가담할지도 사전에 판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