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시내 알뜰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전북 정읍에 사는 신모씨(71)는 올해 들어 리터당 2000원이 넘는 기름값에 시름이 깊다. 아르바이트와 병원 진료를 하러 전북 익산과 정읍 시내에 가야 하는데, 시내버스는 하루 3~4대 정도여서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자가용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는 “월 100만원 정도인 수입은 그대로인데, 일주일에 5~6만원 들던 기름값이 지금 7~8만원으로 뛰어 힘들다”며 “집 근처 복지관이나 병원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는 노인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70세 이상 고연령층이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기름값 인상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은 거동이 불편해 자가용 의존 비율이 높고,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지 않은 지방에 사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바우처 외에 고연령층의 기름값 부담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올 1분기 70대 이상 가구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에너지 지출 비중은 9.93%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39세 이하는 4.86%로 가장 낮았고 60~69세는 7.24%였다.
에너지 지출 비중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연료비(전기·도시가스 등)와 운송기구연료비(휘발유·경유·LPG 등)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의 경우 연료비보다 운송기구연료비의 폭등이 두드러졌다. 그 피해도 고령층에 집중됐다. 올해 1분기 70세 이상 가구의 운송기구연료비는 1년 전보다 17.9% 증가해 증가율이 가장 컸다. 전체 평균(5.3%)의 3배 수준이다. 60~69세(15.2%)보다도 높았다. 올해 1분기 휘발유가 1년 전보다 1.6%, 경유가 6.1% 상승하는 등 기름값이 오르자 지출도 크게 늘어난 양상이다.
이렇게 70세 이상의 소득·지출을 따로 분석하는 것은 국가데이터처가 올해 1분기부터 ‘60세 이상’의 고령층 연령대를 ‘60~69세’, ‘70세 이상’으로 세분화해 소급 제공하면서 가능해졌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 교수는 “고유가 국면에서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쓸 수 있는 젊은 세대와 달리 70세 이상은 (건강 등으로) 할 수 없이 자동차를 쓰니 휘발유 사용을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가 있지만, 전기·도시가스 등 거주 과정에서의 연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라 자동차 연료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양 교수는 “장애인 택시처럼 어르신이 사용할 택시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이들이 중고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