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사실들): 500명 넘는 ‘부전승’
선(맥락들): 거대양당의 짬짜미?
면(관점들): 이번에는 ‘모르쇠’ 말기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누리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독자님, 잘 지내셨죠? 점선면이 개편을 거쳐 한 달 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보고 싶었어요!
돌아온 점선면의 첫 레터는 코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이야기입니다. 매일 후보들의 치열한 선거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예 선거운동조차 하지 않는 선거구도 꽤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후보가 1명만 나오는 등의 이유로 투표 전에 당선이 확정되는 ‘무투표 선거구’입니다.
그런데 이 현상, 한국 정치의 뿌리 깊은 문제와도 닿아 있어요. 단순히 ‘부전승’으로만 볼 수 없는 무투표 선거구 문제, 점선면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점(사실들): 500명 넘는 ‘부전승’
무투표 선거구가 되는 경우는 두 가지예요. 선거구에 후보가 1명만 나왔거나, 한 선거구당 2~5명을 뽑는 기초의원(시·군·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해당 선거구의 의원 정수보다 적을 때죠. 특히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에서 꽤 자주 발생합니다. 대통령 선거는 후보자가 1명이라도 찬반투표를 해야 해서 무투표 당선이 불가능합니다.
이번 제9회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선거구가 307곳 나왔어요. 무투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는 513명입니다. 지방의원 비례대표 선거구에서 1개 당만 후보를 등록했는데 그 수가 의원 정수보다 많은 경우(예: A당 비례대표 후보가 3명인데 선거구 의원 정수가 2명인 경우) 등을 고려하면, 최종 당선자는 504명으로 예상됩니다.
선(맥락들): 거대양당의 짬짜미?
민주주의를 생각하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무투표 당선은 기본적으로 그 선거구 유권자들의 투표권·참정권을 훼손하는 것이니까요. 더구나 무투표 당선은 지역주의와 거대양당의 양극화 등, 한국 정치·선거 제도의 취약점과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
무투표 당선은 주로 한 정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돼서 다른 정당들이 입후보하지 않을 때 일어납니다. 따라서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의 우위가 강한 지역에서 거대양당의 무투표 당선자가 많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당선 예상자 504명 중 진보당 후보 1명을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06명, 국민의힘 후보가 197명입니다.
양당의 짬짜미가 이런 경향을 가속하기도 해요. 기초의원 선거구는 광역의회(광역시·도의회)가 결정하는데, 양당 광역의원들이 4명을 뽑을 수 있는 선거구를 굳이 ‘2인 선거구’로 쪼개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자리를 양당이 하나씩, 또는 한 당이 모두 차지하는 일이 허다하죠.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무투표 당선자도 꾸준히 늘고 있어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시행된 제4회 지방선거 때 48명이었던 무투표 당선자는 제8회에 490명으로 늘었고, 이번 제9회에 500명을 넘겼습니다. 이번에는 경기 시흥시장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는데요. 인구 50만명 이상 수도권 기초단체장의 무투표 당선은 처음입니다.
무투표 당선은 주민들의 알 권리도 제한합니다. 무투표 당선자는 모든 선거운동을 할 수 없거든요. 주민들의 의견도 정책이나 공약에 반영하기 어려워지고요. 내 삶을 대표할 정치인을 ‘묻지도 따지지도’ 못한 채 골라야 하는 겁니다.
면(관점들): 이번에는 ‘모르쇠’ 말기를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말라 죽고, 거대양당의 양극화만 심해질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신경 쓸 이유도 사라지고요. 도의원 지역구의 66%가 무투표 선거구가 된 전북의 김창효 경향신문 선임기자는 칼럼에서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지방의원이 바라보는 대상은 시민보다 공천권자가 되기 쉽다”고 했어요.
제도 개선 논의가 없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단독 후보라도 찬반투표 실시, ‘3인 선거구’ 확대, 중대선거구제 적용 대상 확대 등을 제안합니다. 유권자가 1~3순위 선호 후보를 정하는 ‘단기이양식 투표’도 주목할 만하고요.
선거만 끝나면 제도 개편 논의를 슬그머니 치워 왔던 정치권,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치권은 선거법 개정 논의를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시작하기 바란다”며 “지방자치를 후퇴시켜서는 민주주의와 균형발전을 말할 수 없다는 지적을 거대 양당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독자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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