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대 연구진, 국제학술지 발표
AI로 바퀴벌레 스트레스 여부 파악
건물 잔해 쌓인 재난 현장 투입 가능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이 고안한 ‘사이보그 곤충’. 몸집이 큰 바퀴벌레에 각종 기계 장치를 얹었다. 오사카대 제공
사람 뜻대로 조종되는 ‘사이보그 곤충’을 만드는 새 기술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인공지능(AI)으로 곤충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이동 명령을 내리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향후 이런 곤충은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수색하는 일 등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1일 일본 과학계에 따르면 오사카대 연구진은 곤충 몸에 특수 장비를 장착해 이동 방향과 속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 학술지 ‘로보메크 저널’에 실렸다.
10여년 전부터 세계 과학계에서는 곤충 몸에 특수 장비를 꽂아 움직임을 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사이보그 곤충에 카메라를 부착해 건물 잔해가 쌓인 재난 현장에 투입하면 생존자 수색에 쓸 수 있다. 구조대원이 진입하기 어려운 좁은 틈에도 곤충은 기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등장한 기술이 곤충의 신체 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엄연한 생물인 곤충이 특정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겁을 먹었는데도 “왼쪽으로 돌아라”, “걸음 속도를 높여라”와 같은 명령을 일방적으로 내렸다. 이런 상태에서는 인간이 내린 명령과 곤충의 감각 기관이 충돌한다. 곤충 제어가 아예 불능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진 기술은 곤충을 일방 통제하지 않는다. 곤충 몸 상태를 인공지능(AI)으로 세심히 살펴 인간이 내린 이동 명령이 잘 먹힐 상황에서만 지시를 내린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마다가스카르 휘파람바퀴벌레’를 대상으로 고안했다. 마다가스카르 휘파람바퀴벌레는 최대 길이가 10㎝까지 자라기 때문에 AI 장치가 든 배낭을 거뜬히 멜 수 있다.
AI는 평온한 상태, 자외선·화학물질·열 노출, 먹이 발견 등 5가지 상황에서 마다가스카르 휘파람바퀴벌레가 보이는 신체 반응을 93% 정확도로 식별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전송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다가스카르 휘파람바퀴벌레가 안정된 상태이거나 먹이 앞에 있을 때만 이동 명령을 내렸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전방에 있는 상황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에는 명령을 보내지 않았다. 채찍 대신 유대감을 바탕으로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한 것이다. 이동 명령은 마다가스카르 휘파람바퀴벌레 몸에 진동을 주거나 자외선을 쏘는 방식으로 전송했다.
새로운 명령 방식은 효과가 좋았다. 방이 여러 개로 나뉜 미로에 연구진이 고안한 새 방식대로 통제되는 마다가스카르 휘파람바퀴벌레를 넣었더니 미로 전체를 빠짐없이 탐색하는 능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은 향후 생물의 인지 능력과 기계를 조립한 하이브리드 이동 기술을 확대할 기초”라며 “AI 장비가 든 배낭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노력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