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주택가를 항공에서 촬영한 모습. Getty Images/이매진스
생성형 인공지능(AI) 호황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AI 기업 종사자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부가 쏠리면서 수십억 원대 현금 매수가 잇따르고, 그 여파로 집값이 치솟으며 주거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4월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 주택 중위 매매가격은 170만달러(약 23억원)로 1년 전보다 10% 이상 상승했다. 미국 주요 대도시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지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의 중간 가구소득이 연 16만2000달러(약 2억4500만원) 수준이지만 이 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은 전체 매물의 6%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2022년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 부동산 시장이 뚜렷하게 양극화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급 주택 밀집 지역의 집값은 급등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내려갔다는 것이다. 챗GPT 등장 전에는 고급 주택 시장과 일반 주택 시장의 상승 폭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이런 현상은 다른 미국 주요 도시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고 NYT는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현금 매수 경쟁이 급격히 치열해졌다. 이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픈AI 전·현직 직원 600여명이 보유 주식을 매각해 총 66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쥔 시기와 맞물린다.
오픈AI와 챗GPT 로고. AP연합뉴스
현지 부동산 중개인들은 500만달러(약 68억원)가 넘는 고가 주택 구매자의 상당수가 AI 기업 종사자나 투자자이고, 대부분이 대출 없이 현금으로 매입한다고 전했다. 일부는 매물 가격보다 수백만달러를 더 얹어 전액 현금으로 주택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열풍은 주택 매매시장뿐 아니라 임대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하락했던 임대료가 다시 빠르게 오르면서 중산층과 일반 직장인들의 주거 부담은 커지고 있다. 레드핀의 수석 경제학자 대릴 페어웨더는 “모든 사람이 집을 사는 건 아니다”라며 “AI 호황의 혜택이 소수에게 훨씬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실리콘밸리 일대에는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다. NYT는 지난해 다른 보도에서 “실리콘밸리의 AI 인재 영입 경쟁은 NBA 스타를 영입하는 시장을 연상시킬 정도”라며 “오픈AI와 구글 같은 자금력이 풍부한 AI 기업들에는 사실상 연봉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주요 기술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1인당 평균 주식 보상 규모는 150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경우 또 한 차례 ‘AI 백만장자’가 대거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시장 분석업체 사크라는 두 회사가 상장할 경우 1만6000명 이상의 ‘신규 백만장자’가 탄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이미 과열된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시장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