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일인 2024년 5월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을 비롯한 시민·청소년·어린이들이 위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수빈 기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얼마나 빨리 탄소를 감축할지 규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9개월이 지났지만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개정안에 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지난달 29일 해산하면서다. 시민사회는 국회가 하반기에 기후특위를 설치하고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1일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이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와 관련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미래세대에 과중한 감축 부담을 전가할 우려가 있다며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재는 해당 법 조항이 효력을 잃을 경우 발생할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개정 시한을 뒀다. 헌재가 제시한 시한은 지난 2월28일이었다.
국회 기후특위는 이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월3일에서야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31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이 2박3일간의 워크숍을 통해 정한 의제에 대해 300명의 시민대표단과 40명의 미래세대 대표단이 4일간의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공론화위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를 더 빨리,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는 등 내용을 담은 시민대표단 숙의 결과를 지난 4월13일 기후특위에 보고했다. 그러나 기후특위는 그 뒤로 세 차례 탄소중립기본법 심사소위원회를 열고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다. 단체들은 “지난달 15일 때 이른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써 일어났다.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이고 국민의 생존과 안전이 달린 중대한 문제”라며 “입법 지연은 기후 부정의이자 기후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개정이 지연된 이유로 여야와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지목했다. 권경락 플랜 1.5 정책활동가는 “내란 등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들로 기후 의제가 정치권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지만, 이후에도 여야 지도부가 법 개정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정부 역시 준비할 기간이 오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 협의 등을 핑계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국회가 하반기에 기후특위를 조속히 설치하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는 “목표를 설정한 뒤 실행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하지만 몇 년째 목표만 쳇바퀴 돌듯 정하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해 빠르게 실행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