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 교육감 선거를 이틀 앞둔 1일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은 교육정책 경쟁보다 진영 논리를 앞세운 네거티브 공방과 선명성 경쟁에 집중했다. 진보·보수 양 진영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후보들 스스로가 ‘진영 대표’임을 저마다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지역에서도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와 고소·고발 등이 이어졌다.
보수 진영의 윤호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보수 진영인 조전혁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 후보는 “정치적 야욕을 위해 ‘전교조 투쟁’을 소비하며 보수 영웅인 척하는 조 후보의 위선과 기만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학교폭력 전력과 경선 불복 등도 교육감 후보 결격 사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후보는 “좌파 교육감에 대해서는 한마디 못하면서 보수 우파 대표 후보인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인격을 모독하며 낙인을 찍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단일화 실패 이후 ‘보수 대표’의 자리를 두고 진영 내부에서도 정치적 공방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진영 대표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이어졌다. 조 후보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대통령 공소취소’ 논란을 비판하며 헌법 교육과 법치주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퀴어·동성애 교육 반대’ 현수막을 내건 데 이어 공소취소 논란을 쟁점화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이에 진보 진영의 정근식 후보는 ‘내란 극복’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조 후보처럼 특정 사건 하나를 골라 학생들에게 ‘무엇이 나쁘다’라고 단정해 가르치겠다는 태도는 헌법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주입”이라며 “내란극복·헌법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학인(왼쪽 사진부터), 정근식, 한만중, 홍제남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5월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배(왼쪽부터), 류수노, 윤호상,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5월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 진영 내에서도 대표성을 두고 네거티브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정 후보 측은 한만중 후보가 선거 홍보물에 ‘민주진보 시민후보’라는 문구로 다른 지역 후보들과 연대하는 것처럼 표현해 유권자를 속이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고발한 한편, 한 후보 측은 정 후보가 선출된 단일화 경선 과정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주장하며 맞고발로 대응했다. 이날도 한 후보는 “이제는 ‘교수님’ 아닌 ‘선생님’의 시대”라며 교수 출신인 정 후보를 겨냥했다.
이 같은 공방전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경기에서는 후보 간 폭력 전과 공방이 벌어졌고, 충북에서는 ‘내란 잔재 청산’이 교육감 선거 구호로 등장했다. 울산에서는 음주운전 전력을 둘러싼 설전이 오갔으며 제주와 광주·전남에서는 각종 의혹과 맞고발전이 이어졌다.
교육계에서는 후보가 난립하는 다자구도 속에서 정책 경쟁보다 지지층 결집 효과가 큰 네거티브와 선명성 경쟁이 강화됐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선거가 반복될수록 상대 진영의 인기 정책을 흡수하는 ‘정책 수렴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정책 차별성이 희미해진 점도 선명성 경쟁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는 진영 간 차별화되는 정책 공약 대신 무상 교통카드, 교육 바우처, 무상 영어교육, 체험학습비 지원 등 현금성 공약 경쟁이 공통적으로 강화됐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진영 간 유의미한 정책 차이가 사라지면서 결국 유권자에게 자신이 어느 진영에 속한 사람인지를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한 선거가 되고 있다”며 “정책보다 정치적·이념적 메시지가 더 부각되는 ‘교육적이지 않은 선거’ 속에서 유권자 판단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