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일인 2024년 5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을 비롯한 시민·청소년·어린이들이 위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목표 달성에 실패한 채 지난달 29일 활동을 마감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면서 정한 입법 시한(2월28일)을 넘긴 데 이어 국회가 공언한 시한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다. 22대 후반기 국회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언제 위헌적 상황을 해소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다. 기후재앙 현실을 외면한 정치권의 직무유기가 유감스럽다.
탄소중립법 개정 무산은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 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결과가 편향적이고 산업계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이유다. 앞서 공론화위 시민대표단은 지난 4월 2041~2049년에 비해 2031~2040년 기간 중 더 많은 양의 감축 목표를 담은 ‘초기 감축’(오목형 경로)을 권고하며 당장 ‘빠르고 강도 높게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래세대에 감축 부담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점에서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판단이었다. 탄소 감축 목표가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부합하고, 미래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헌재 결정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과 시민대표단의 공론 결과를 제대로 살펴보고 반대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반도에는 역대 최악의 폭염·호우·가뭄이 동시다발로 나타나 시민이 큰 고통을 겪었다. 올해도 지난달 15일 때 이른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30일에는 강원 강릉에서 ‘5월의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은 기후재앙을 체감하는데 우리 정치의 기후위기 인식과 대응은 안이하고 더디다. ‘기후정치바람’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6·3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624명의 공약 분석 결과를 보면 기후 공약은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공약한 후보 52명 중 재생에너지 조달계획을 함께 제시한 후보는 4명에 불과할 만큼 ‘기후정치’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탄소중립은 미래 시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지금의 정치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탄소중립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기본법인 탄소중립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등 후속 입법도 멈춘 실정이다. 여야는 후반기 국회에서 탄소중립법 개정을 최우선하고, 헌재 결정과 공론화 결과를 존중해 반드시 개정안에 ‘초기 감축’ 방안을 담길 바란다.